[미디어펜=김소정 기자]헌정사상 두 번째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찬성 234표’로 이뤄진 것은 캐스팅보트를 쥔 여당 비박계의 결집에서 비롯됐다.
9일 오후3시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된 탄핵소추의결서 등본은 즉시 청와대와 헌법재판소로 송달됐다. 박 대통령은 이를 전달받는 순간부터 모든 권한행사 정지에 들어간다.
동시에 정치권도 탄핵을 가결시킨 여당 비주류를 중심으로 새누리당의 분당과 제3지대 형성 등 정치지형 변화도 예고됐다. 동시에 친박계는 소멸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표가 무려 234명에 달한 것은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비주류의 표 결집이 있었던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일부 친박계가 찬성하는 등 ‘숨은 탄핵파’의 가세를 뜻한다.
이날 전체 의석수 300명 가운데 299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234, 반대 56, 기권 2, 무효 7표가 나왔다. 탄핵 가결 정족수인 200명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란 예상은 이날 오전부터 감지됐다. 새누리당 비주류 측의 마지막 회동에 33명이 참석하면서 사실상 가결정족수가 확보됐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야권의 172명에다가 비박 33명이 보태져서 205명이 처음 예측됐다.
여기에 친박계와 중립지대에서 초선의원을 중심으로 찬성 입장을 밝혀온 의원들이 있었다. 신보라 이현재 홍철호 경대수 의원이 탄핵일 이전부터 자신의 SNS에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다. 비박계로 분류되지만 이날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혜훈 의원도 그동안의 발언 등을 고려할 때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까지 210표인데 최종 탄핵에 찬성하면서도 의사를 밝히지 않은 ‘숨은 탄핵파’가 가세하면서 최종 234표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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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균 국회의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 투표 결과를 전달받고 있다./연합뉴스 |
‘탄핵 찬성 234표’는 지난 탄핵 정국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새누리당이 정했던 ‘4월 퇴진-6월 대선’ 당론마저 깨질 정도로 비박과 친박 간 융합될 수 없는 분위기가 탄핵표로 표출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결국 새누리당 비박은 친박과 융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고, 그런 의지를 탄핵 표결로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새누리당의 분당이나 해체 등 파란이 일면서 본격적인 정계 개편도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탈당을 하지 않았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도 남아 있으므로 친박은 끝까지 대통령을 옹호하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타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탄핵 표결을 앞두고 수일동안 지속적으로 정치권에서 흘러나온 출처를 알 수 없는 첩보도 이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이 이날 일부러 탄핵안을 부결시킨 뒤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임시회의를 열어 다시 발의하고 상정하는 방안이 첩보로 돌았다.
이럴 경우 새누리당 비주류 측이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게 돼 있으므로 비박계 의원들이 찬성표로 일찌감치 탄핵찬성 결정을 굳혔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비주류 일부 의원들은 찬성 입증을 위해 인증샷을 준비해야 된다는 말도 나왔다.
마지막으로 야3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세월호 7시간’도 비박계의 표심을 흔들지 못했다. 여당 비주류도 이번 탄핵 정국에 일말의 책임이 있고, 차기 대선은 물론 정권재창출을 위해 당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추락시키는 것은 막아야 할 책무가 있다. 따라서 막바지에 불거진 세월호 당일 대통령 머리손질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세월호 사건 당일 초기대응부터 시작해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묻기로 결정한 것으로 볼수 있다.
국회가 정족수를 훌쩍 넘는 숫자로 탄핵안을 가결시키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일정도 생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만약 탄핵안이 200표를 간신히 넘기는 턱걸이 수준으로 가결되었다면 헌재의 판단도 훨씬 신중해지면서 최종 결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압도적인 표차로 탄핵안이 가결된 만큼 헌재가 정국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판단해 그 시기를 앞당길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새누리당 내 권력구도가 확실하게 비박계로 넘어갈 것은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기존 탄핵 공조를 깨고 본격적으로 상대 대선주자를 견제하는 등 정치권은 곧바로 대선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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