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면서 이날부터 박 대통령의 모든 권한행사가 정지됐다. 대통령의 권한은 모두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넘어가 국정은 황교안 권한대행체제로 넘어갔다.
황 총리는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1인2역으로 앞으로 국무회의 등 각종 회의를 주재하고, 각 부처로부터 보고를 받고 주요 정책을 결정하게 된다. 한마디로 내치는 물론 외교와 안보를 총괄하게 되는 것이다. 황 총리는 첫 공식 일정으로 이날 저녁 8시 대국민담화를 발표한다.
권한대행체제는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12년만의 일이다. 현행법상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당시 고건 총리의 사례가 기준이 되고 있다.
앞서 고 전 총리는 두달여간 이어진 대행체제 기간에 주로 국방과 외교 분야에 직무 수행을 집중했었다. 권한대행이 된 뒤 내린 첫 조치로 북한의 도발을 방지하기 위해 전군에 지휘경계령을 내렸고, 당시 반기문 외교부장관에게 “우리나라의 외교·안보·경제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메시지를 각국 대사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또 그 기간동안 정부는 9건의 외교조약을 체결한 일도 있다.
황 총리도 이날 탄핵안 가결 직후 곧바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군 경계태세를 점검했다. 또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윤병세 외교부장관에 차례로 전화를 걸어 각각 “전군의 경계태세 강화”와 “대북제재의 차질없는 이행”을 지시했다. 이어 홍윤식 행자부 장관에게 전화해 “경찰의 경계태세 강화”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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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후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 황교안 국무총리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청와대 |
황 총리는 NSC를 주재하고, 외국 사절을 접견해야 하며, 필요하면 국가 간 정상회의에도 참석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빈틈없는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한 대북제재를 유지하는 것도 황 총리가 해야 할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또 내치 부분에서는 현안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 그리고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휘발성이 강한 정책 사항을 해결해야 한다.
권한대행이 갖는 권한은 △국군통수권 △조약체결비준권 △외교사절 접수권 △공무원 임면권 △헌법 개정안 발의·공포권 △법률안 거부권 △행정입법권 △사면·감형·복권 권한 등을 갖는다.
황 총리는 향후 국정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청와대와 국무조정실 두 조직으로부터 모두 보좌를 받게 된다. 국무조정실은 지금처럼 중앙행정기관에 대한 지휘·감독, 정책 조정 등의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국방·치안 분야는 청와대 비서실이 더 체계화돼 있으므로 이 분야에서 청와대 참모들의 보좌 역할이 있을 전망이다.
황 총리가 직접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전 총리는 청와대의 수석비서관회의 주재 요청을 거부하고 회의 내용만 사후 보고받았다.
인사나 주요 정책 등 청와대 차원에서 결정해야 하는 사안의 경우에는 총리실 공보실이 아닌 청와대 대변인실을 이용해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고 전 총리의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업무를 수행할 때 국가보훈처 차장, 외교안보연구원장 등 차관급 인사도 했지만, 총리실이 아닌 청와대에서 발표하도록 했다.
다만 황 총리가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보고받을 때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청와대가 아닌 서울청사 총리 집무실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표결 이전부터 문재인·추미애 전현직 민주당 대표가 ‘황 총리도 탄핵’을 주장하며 황교안 권한대행체제를 부정하고 나서 앞으로 야당이 지금 체제를 흔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조기 대선을 원하는 민주당이 황 총리 대행체제를 받아들여야 자신들이 뜻하는 선거 정국을 만들 수 있는 만큼 야당도 황교안 체제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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