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집단이기주의
경제·사회 분위기 고려 안하고 임금 인상 몰두
   
▲ 산업부 김태우 기자.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시국이 어수선한 상황인데다 경기침체 등 경제까지 위기를 맞고 있다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다. 또 조류독감으로 인해 서민들의 영양식인 달걀 값마저 올라 소비위축이 극심해지고 월 생활비 100만원 이하 가구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등의 소식이 뒤를 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22일부터 연말까지 파업에 들어가는 대한항공의 조종사 노조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물론 항공사는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있어 80% 이상의 운항률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파업으로 비행기가 뜨지 않는 불상사는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하지만 100% 운항을 한다고 해도 기상악화 등으로 결항이 생길 수 있는 계절적인 특수 여건을 감안한다면 그리 작은 문제도 아니다. 연말 여행객들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기업 스케줄이 늦춰지고 미뤄진 상황에서 갑작스레 스케줄이 생긴다면 이번 항공사 노조 파업은 원망스러워 질 수도 있는 문제다.

더욱이 현재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해 정국도 어수선한 시기이고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갈수록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는 한탄이 곳곳에서 새어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소위 '귀족노조'라고 불리는 조종사 노조의 파업 소식은 사회분위기상 받아들여지기 힘들어 보인다.

초임 부기장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고액연봉자들의 대표직종이라 볼 수 있는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임금 인상을 위해 파업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1년여 간의 협상을 시도해왔고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 측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곤 하지만 이 또한 너무 이기적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또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조양호 회장이 국회청문회 출석 등으로 경영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이번 파업이 무리한 행동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삼성과 현대차 등을 비롯한 굴지의 기업들이 최고경영자(CEO)들의 부재로 내년도 사업계획과 인사이동 등의 일정들을 올스톱한 상태며, 심지어 일부에서는 올해 연말 계획을 내년 중순경으로 미룬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평행선을 달려온 노사 간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 오는 22일부터 연말까지 본격적인 파업에 들어가는 대한항공의 조종사 노조원들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다./미디어펜

이런 문제들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이번 파업은 시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으로 보여 질 수밖에 없다. 

특히 얼마 전 조양호 회장의 모친이자 한진그룹의 숨은 조력자였던 김정일 여사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조종사 노조는 문상조차 다녀오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행동을 놓고 '패륜아'라는 지적까지 하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 참가자들의 이탈 현상 지속되며 내부 갈등까지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회사에 제출된 파업에 참가 인원은 211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12일 내부적인 반발로 22명이 줄어든 189명의 명단으로 축소돼 제출됐다. 또 지난 15일 8명의 조종사가 추가로 이탈했고 주말동안 10여명의 조종사가 추가로 이탈해 최종 참가 인원은 170명으로 축소된 상태다. 이는 기존 노조 집행부가 제출했던 인원보다 40여명이 줄어든 인원이다.

이런 노조 파업에 노조원 이탈 현상은 절반 이상의 인원이 자발적 참여인원이 아니었고 집행부가 임의로 지정한 이원이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는 22일 본격적으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더 많은 인원이 이탈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0일 있었던 조합원들의 이해를 구하고 투쟁동력을 강화하기 위한 설명회에선 노조 집행부에 대한 성토의 장이 돼버리며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 이번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파업은 동력도 명분도 없이 소수 강경파의 목소리에 조합원들이 눈치를 보며 참가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에선 특별한 성과 없이 이미지손상이라는 상처만 남기는 파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임금 29%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금액은 잘못된 정부의 평균연봉 책정방식으로 비현실적이라는 질타를 받은 대한민국직장인 평균연봉인 3170만원의 3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즉 일반적으로 이에 못 미치는 금액을 받고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지만 이 금액의 3배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29% 연봉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워낙 고액연봉을 받고 있기 때문에 현실감각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많은 노력 끝에 얻을 수 있었던 조종사가 되기까지 초심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또 회사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는 터전이 있다는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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