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순실 청문회’에서 증인들의 위증이 잇따라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K스포츠재단 과장 박헌영씨가 2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이 재단 이사장을 하려고 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박씨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하고 나면 이쪽(K스포츠)으로 와서 이사장을 하려고 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하면서 “고영태씨에게서도 그렇게 들었고, 나와 노승일(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그렇게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재단과 관련된 사람들 중에서도 확실한 증거나 근거 없이, 만약 미래에 그런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으로 박 대통령 퇴임 이후를 말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박헌영씨는 이날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렇게 (전해) 들었다”는 말로 김씨의 의도적인 질문에 순순히 따라가는 답변을 늘어놓았다.
박씨는 또 이날 “태블릿PC는 고영태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본인 것이면 충전기가 있었겠죠”라며 기존의 청문회 증언을 번복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지난 4차 청문회에서는 “더블루K 사무실에서 모든 짐을 뺄 때 최순실이 태블릿PC를 가리켜 ‘고영태의 것이니까 (고씨의) 책상에 놓아두라'고 말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지난 청문회 때 한 박씨의 주장은 ‘재단 직원들은 태블릿PC가 고씨의 것인 줄 알았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날 진행자 김어준씨의 질문을 받고 정반대의 대답을 한 것이어서 주요 증인들의 말 바꾸기가 적지 않은 문제로 비화될 소지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이날 김어준씨는 “이완영 의원은 그게 고영태 것이라는 정황으로 몰아가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고 보이는데”라며 “(이완영 의원이) 그런 걸 원하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거죠”라고 물었다. 이에 박헌영씨는 “제가 그런 말들을 계속 했었기 때문에 그 말을 청문회 나가서 해주는 방향으로 바라셨던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답변해 진행자의 의도적인 질문에 부합하는 답변을 해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날 박헌영씨가 “박 대통령이 퇴임 이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하려고 한 것 같다”고 주장한 것은 박 대통령에 대해 ‘뇌물죄’ 혐의를 조장하려는 진행자의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개연성이 있다.
특히 진행자 김어준씨는 지난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하면서 박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폭로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박헌영씨는 이날 김어준씨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이전 같은 ‘나꼼수’ 출신의 ‘시사인’ 주진우와 인터뷰한 사실도 있다.
박씨는 지난 청문회에서 “태블릿PC는 고영태의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가 야당 의원들로부터 친박 의원들과 사전 모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주진우씨가 박헌영과 인터뷰를 해서 “친박의원들에게 위증교사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박씨의 주장을 보도했고, 이에 대해 박씨는 고마움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금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과거 K스포츠재단에서 일하면서 최순실의 지시를 받았던 사이였다고 해서 당시 근거없이 회자되던 말까지 국회 청문회는 물론 각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폭로하는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을 불러올 수 있다.
앞으로 박헌영씨를 비롯한 K스포츠재단 출신 인사들이 돌아가면서 나꼼수 출신 인사들의 언론 보도에 나오면서 ‘카더라’식의 추측성 인터뷰를 이어가다가 자칫 민형사 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특정인을 죽이려는 선동은 한 문장으로 가능하다. 거짓말에 일부 사실을 섞으면 더욱 신빙성있게 들린다"는 독일 나치 선전장관 괴벨스의 말이 떠오른다. 이미 탄핵심판 중인 박 대통령을 향해 집요하게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것은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편협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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