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우파, 경제 좌파" 정치권 주장은 포퓰리즘…기업가 정신 절실
   
▲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전망 1

2017년 한국경제는 지금까지 보다 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총수요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이전보다 나아질 가능성은 불확실한 반면 나빠질 가능성은 가시적이기 때문이다. 총수요의 각 구성요소인 민간소비수요, 투자수요, 순수출수요 및 정부지출수요를 차례로 살펴보자.

소비는 2016년보다 더 나빠질 것이다. 현재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2010년을 기점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10년 77.3% -> 2016년 2분기 70.3%) 지난 수년간 소비 침체의 원인은 가계부채 증가로 보는 경향이 있으나 인구구조의 변화라는 구조적 요인이 보다 주요한 원인이다. 가계소비의 핵심연령층인 25-55세의 인구는 지난 2008년을 정점으로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성향이 낮아질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같은 인구구조 변화를 겪은 20년전 일본의 예를 봐도 알 수 있다. 

이 같은 구조적 요인이 축적되어감에 따라 그 부정적 영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하여 금년에는 가계부채가 소비위축의 추가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즉 지난 몇 년간 비교적 낮은 금리로 인해 가계부채의 이자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였으나 미국 발 금리인상의 여파로 한국의 금리 역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금리가 인상될 경우 가계부채 부담을 가중시키고 이에 따라 소비 여력을 더욱 축소될 것이다. 

전통적으로 선거가 있는 해에는 정부여당에 의한 인위적 소비진작이 있어왔기에 이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상황은 정부가 집권여당의 재집권을 위해 돈을 푸는 통상적 정치상황이 아니므로 현실성이 의심된다. 또 정부가 선거 전에 돈을 풀어 인위적으로 소비를 진작하는 것은 후유증이 크므로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투자 역시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설비투자는 국내외 여러 불확실성으로 인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를 관망적으로 만들 것이다. 국외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배타적 경제정책이 어느 정도 현실화되느냐에 따라 기업환경이 크게 달라진다. 아울러 유럽에서 브렉시트의 영향이 얼마나 가시화될 지도 주목된다. 여기에 더해 미국 발 금리인상은 자금조달 비용을 높일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설비투자는 전년도 수준을 겨우 유지하거나 조금 하회할 수도 있다. 

건설투자는 기본적으로 주택 건설투자의 침체에 따라 2016년에 비하여 증가율이 현격하게 나빠질 것이다. (2016년 건설투자 증가율은 9.9%였음) 전반적으로 공급이 과잉이라는 인식이 커서 신규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2016년 하반기에 이루어진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 등으로 민간주택 건설투자는 둔화될 것이다. 또한 정부의 SOC 예산 축소로 인하여 공공부문 발주의 감소도 건설투자 위축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수출은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을 다 가지고 있다. 우선 긍정적 요인으로는 세계경제가 평균적으로는 2016년보다 조금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다. IMF는 세계경제 성장률을 2016년에는 3.1%에서 2017년에는 3.4%로 약간 높게 전망하고 있다. 이는 신흥국의 성장이 전년보다 나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유가 상승에 따라 러시아 등 원유 및 원자재 생산국의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점 등에 기인한다. 세계경제의 회복은 한국 수출에 플러스 요인이다. 또한 강력한 경제력을 지향하는 트럼프 정부의 확장적 정책과 함께 미국경제가 호전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대 미주지역 및 중동국가 수출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배타적 정책기조가 가시화될 경우 한국과 같은 교역국가들은 타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우선 트럼프의 TPP철회 및 NAFTA 재검토, 대미 흑자국에 대한 환율 절상 압박 등이 현실화되면 대미 수출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유럽의 경우 상반기의 프랑스 대선, 하반기의 독일 총선에서 배타적 정책기조를 가진 극단적 정당이 약진할 경우 유럽지역으로의 교역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미국 및 유럽의 배타적 정책기조가 가시화되고 이에 대응하여 중국 역시 배타적 기조를 강화할 경우 한국 같은 개방형 소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고통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 2017년 한국경제는 흐림 전망에 더하여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경제적 위기 가능성의 진원지는 각각 북한과 남한의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사진=연합뉴스

전망 2

이상의 전망은 통상적인 일기전망과 같은 것으로서 예컨대 오늘보다 내일이 더 흐림 정도로 전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망은 태풍 또는 이상한파와 같은 급격한 기상이변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2017년 한국경제는 위의 흐림 전망에 더하여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경제적 위기 가능성의 진원지는 각각 북한과 남한의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주제발표자께서 이미 밝힌 바와 같이 2017년의 북한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 국제적으로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에 직면하여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2017년을 핵개발 완성시점으로 잡은 김정은의 핵 무력시위 강도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아차 하는 순간에 사전에 프로그램 되지 않았던 방향으로 사태가 급변할 수 있다. 그것은 무력 충돌일 수도 있고 김정은 체제의 붕괴일 수도 있다. 

어느 것이든 한국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다. 무력 충돌이라면 한국은 당장 리스크가 큰 위험국가로 분류되고 인력과 자본이 이탈하면서 경제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김정은 체제의 붕괴 또는 붕괴의 시작이라면 대규모 탈북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단시간에 대규모 탈북자의 유입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큰 어려움을 야기할 것이다. 이 같은 사태가 장기적으로는 통일 한국을 위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생필품 가격 폭등, 주택 및 교통난, 일자리 부족 등 큰 충격을 줄 것이다. 정부는 여러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면서 경제적으로도 필요한 실탄(자원)을 미리 확보해두는 준비가 필요하다.

남한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보다 현실적이다. 금년 5-6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면 그 이후 들어설 정부가 어떤 기조를 취하느냐에 따라 경제는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사드 배치와 관련하여 새 정부가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사드 배치를 백지화하는 경우 결과는 매우 심각해질 것이다. 주제발표자께서는 이것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추고 이에 따라 무역 및 외국인 투자가 부정적으로 영향받을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나는 사드 관련 정책의 유턴은 국가신용등급 하락 이전에 대규모 자본 유출을 가져오고 이는 더 큰 위기의 촉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새 정권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사드 배치 철회 등 대북기조를 변경하면 이는 국제사회에 "한국은 정권에 따라 안보정책이 180도 바뀌는 나라, 따라서 사업환경도 정권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다. 

더욱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기에 "중국 눈치 보느라 경제환경의 일관성을 갖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은 외국 투자자를 한국으로부터 빠져나가게 할 것이다. 케인즈가 말했듯이 투자심리는 동물적 본능에 따라 양떼처럼 움직이는 속성이 있다. 삼성,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의 주식을 팔고 떠나는 외국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단순히 외국 투자자 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도 동요하게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규모의 자본 유출(capital flight)이 발생하고 심하면 경제 전체가 급격히 위축되는 위기상황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어쩔 수 없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한편 지금 정치권에는 '안보는 보수이되 경제는 진보'를 표방하는 세력이 있다. 이들이 집권할 경우 역시 경제는 더욱 더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안보는 보수이되 경제는 진보라는 말은 "안보 우파, 경제 좌파"라는 말과 같다. 흔히 "따뜻한 시장경제"라고 포장을 하지만 "따뜻한"이라는 미사여구 뒤에는 퍼주기 식 포퓰리즘,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 경쟁 제한을 통한 불공정한 혜택 부여 등의 실상이 숨어 있다. 

이들 주장대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 근로자가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청년실업만 늘어난다. 이른바 '사회적 경제 기본법'이 만들어지면 사회적 기업이라 이름 붙인 기업들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해주고 정부 구매에 있어서도 일정한 비율을 보장하는 등 특별대우해 줌으로써 시장경제의 기본 축인 공정한 경쟁을 깰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가 예전의 활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규제와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인하여 기업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기구들도 한국경제의 당면과제로서 노동시장 개혁과 같은 규제개혁을 들고 있다. 불행하게도 현재까지 그 어느 정당도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에 따라 시스템을 개혁하여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책기조를 내세우고 있지 못하다. 다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포퓰리즘, 정치에 의한 경제 개입(흔히 경제민주화라고 포장됨) 등으로 시장경제의 효율적 운영을 훼손하는 정책기조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경제적 가치는 정치적 판단이 아닌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기업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속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최선의 가치를 만듦으로써 존재한다. 일자리는 생산성과 임금의 균형이 유지될 때 가장 많이 만들어진다. 이같은 시장경제의 기본 중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한국경제가 신음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기업이 소비자 대신 정치권력 눈치를 보도록 제도를 바꾸고 있다. 기회의 자유와 공정한 경쟁 대신 규제에 의한 기회 박탈과 선도기업 발목을 잡는 식의 경쟁 제한이 판치고 있다. 그 결과 일자리가 없어지니까 이제 세금을 더 거두는 법을 만들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지난 주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에 다녀왔다. 어려운 국내 기업환경,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자율주행차 시연, 신기술 기반 디스플레이 등을 선보인 현대차, 삼성, LG가 대견했다. 한국경제에서 믿을 것은 기업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기업이 자유롭게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치가 가만 있어주기만 바랄 뿐이다. 

(이 글은 지난 12일 자유제원에서 주최한 '2017 대한민국, 어디로 갈 것인가' 토론회에서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발표한 경제분야 토론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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