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다양한 정책분야별로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매월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온 안민정책포럼(회장 박진)이 올해 첫 안민세미나를 인문학 강좌로 마련해 주목을 끌었다.
13일 열린 이번 세미나는 "그리스 문명에서 미래를 만나다, 위대한 탄생: 자유, 평등, 법치'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발표자는 국민대통합위원회 박경귀 기획단장이다. 박경귀 박사는 2002년부터 13년 동안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을 역임한 정책 전문가이지만, 사회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사회과학에 인문학 접목을 꾸준히 시도해 온 독특한 인문학자이자 고전평론가이기도 하다.
박 단장은 이번 특강에서 "고대 그리스인들이 자유와 민주, 평등의 개념을 창안하고, 국가와 사회 제도 속에 그 개념들을 구현하고 체화하려 애썼다"며, 그들이 "생산하고 전파한 독창적인 사유와 문화가 서양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나아가 현대 모든 국가의 보편적 가치 관념과 문화예술의 토대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는 "그리스인들이 창안하고 실험했던 민주정의 영향을 받은 현대 민주주의의 제도들을 해방과 더불어 비로소 접할 수 있게" 된 만큼 "고대 그리스 문명의 유산에 숨은 지혜와 통찰들을 진지하게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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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민정책포럼에서 그리스 인문학 특강을 하고 있는 국민대통합위 박경귀 기획단장. |
박 단장은 그리스인들이 자유의 관념을 체화할 수 있었던 계기로 페르시아 전쟁을 들었다. 기원전 5세기에 페르시아는 가공할 군사력을 과시하며 그리스 전 도시국가들에 항복의 표시로 흙과 물을 바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특히 페르시아가 '전쟁이냐 평화냐'를 물으며 내부 분열을 촉진하고 이간시켰지만,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지도자들은 시민들에게 '자유민이 될 것이냐 노예가 될 것이냐'를 물으며, 굴종 대신 자유를 선택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피로서 자유를 쟁취했기 때문에 전후 50년간 '아테네의 황금기'를 꽃피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아테네가 "민회에서 시민 전체가 나라의 중요 정책과 입법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민주정으로 번영했으나, 민중선동가들의 무절제 때문에 민주정이 타락하기 시작했다"며, 그로 인해 시민 덕목이 퇴조하면서 아테네가 쇠퇴한 역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단장은 민중이 '다수로 구성된 독재'의 행태를 보이는 현상을 경계하고 질책한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법치 존중의 철학을 자세히 소개했다. 특히 기원전 406년 아테네 해군이 스파르타와 맞붙은 아르기누사이 해전에서 승전했지만, 일부 난파한 선원을 구하지 못했다며 격앙된 민중이 일괄재판으로 승전 지휘관 6명을 처형시킨 사례와 소크라테스의 재판과 죽음을 우중의 폭주와 법치의 일탈 사례로 들기도 했다.
박 단장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갈파했듯, 민주정체가 올바르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창달의 헌법가치를 구현하려는 법안들이 선동적 입법자들에 의해 제지되거나 그릇된 입법들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 민주주의의 진정한 위기"라고 지적했다.
박경귀 단장은 2012년부터 사단법인 행복한 고전읽기 이사장으로 봉사하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고전 독서 운동을 벌여 왔다. 그동안 동서양의 고전을 특강하고 토론하는 'Happy Classic 고전 아카데미'를 34차례나 개최한 바 있다. 작년 8월 <그리스 인문의 향연>을 출간했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6년 우수출판 콘텐츠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문학의 원전, 그리스 로마 고전>과 <그리스 문화유산 답사기>를 곧 출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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