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그룹은 ‘초비상 모드’다. 총수의 공백 여파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당면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뾰족한 대안이 없다. 삼성은 ‘후폭풍’ 최소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우선 삼성은 미래전략실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중심으로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까지 삼성은 △총수 리더십과 △그룹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 △계열사 전문경영인 등 세 축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총수 리더십 상실에 직면하면서 삼성의 경영활동 차질이 불가피하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 도착하고 있다./연합 |
재계는 이 부회장의 부재가 삼성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전체의 중심축이 사라지면서 대내외 리스크에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삼성은 머릿속에 그리지 않았던 ‘최악의 상황’이라며 충격에 빠져 있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차장(사장) 등 그룹 2~3인자가 남아있으나 이 부회장의 빈 자리를 메우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영활동의 정상화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삼성은 사실상 ‘완전스톱’ 상태다. 인사와 조직개편 등 주요 사안이 기약 없이 밀리고 있다. 경영계획 수립과 신사업 투자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성 관계자는 “무한 책임을 지는 오너가 있는 것과 전문경영인 체제는 무게감 자체가 다르다”며 “우리도 문제지만 협력사와 중소기업 등에 부정적인 여파가 미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을 떠난 가운데 삼성이 ‘집단경영체제’를 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와 주요 계열사는 각각의 CEO가 현안을 챙길 가능성이 크다. 그룹 전반은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CEO들이 협의체 방식으로 의사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대표격인 삼성전자는 당분간 권오현 부회장이 업무 전반을 관장할 가능성이 크다. 권 부회장이 부품(DS) 부문과 함께 삼성전자의 굵직한 사안들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되다. 소비자가전(CE)과 IT·모바일(IM) 부문은 기존과 같이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총수 리더십의 부재로 인한 삼성의 경쟁력 약화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진 가운데 삼성의 정체가 불러올 ‘나비효과’를 걱정하는 모습이다.
과거 삼성은 이 부회장의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공백을 절감한 바 있다. 이 회장은 2008년 4월 세금포탈 등의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었다. 삼성은 2010년 3월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기 전까지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삼성은 신사업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지 못했다. 몇몇 신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타이밍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5대 신수종 사업(태양광‧발광다이오드(LED)‧2차전지‧의료기기‧바이오제약)' 선정이 늦어졌고, 태양광과 LED는 중국 업체 등에 추격을 허용하며 경쟁력을 잃었다.
|
|
|
▲ /연합 |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이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전장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차세대 사업도 이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수가 전면에서 이끌었던 프로젝트가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의 성장동력 약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며 “대외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삼성 리스크까지 확대되며 우리 경제와 기업들의 경영 시계도 더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