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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
독일 기업집단법의 시사점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한성대 김성조 교수 등이 각 당 후보들에게 '대규모 기업집단에 관한 특별법 (일명 “대기업집단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 요구안은 현행 공정거래법의 제 3장에 규정돼 있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 억제 부분을 비롯해, 상법과 금융관련 법 등에 들어있는 조항들을 한 곳에 통합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은 명목상의 이유는 입법례가 없다는 점과 각 법률들과의 충돌문제가 발생하여 법적용상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대기업집단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이나 다가오는 19대 대선을 앞두고 다시 이법의 제정에 대한 정치적 요구들이 있을 것을 판단된다. 이와 관련하여 한영수 박사님이 독일의 콘체른법제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통한 분석은 현재 진행 중에 있는 대한민국의 대기업집단법 제정논쟁에 큰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하에서는 대기업집단법제정제안이 18대 대선과정에서 논의되었던 입법례가 없는지 하는 점과 각 법률들과의 상충되는 점이 있는지 여부를 독일의 콘체른법을 중심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독일 콘체른법과 한국의 대기업집단법제정 제안 내용 비교
한 박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독일의 콘체른법은 프리드리히 리스트 (Friedrich List)를 선구자로 하는 구(舊)독일 역사학파에 유래하며, 그 배경에는 선진 산업화된 영국이 후발 산업국인 독일로 경제적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유치산업 보호론이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리스트의 유치산업 보호론의 핵심은 한박사님이 언급하신대로 산업 발전 초기 단계에서는 정부가 경제활동에 개입하여 대기업을 육성하고 이러한 대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까지 전까지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독일과 대한민국의 경제성장 역사와 정책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정부주도의 대기업 육성 정책은 자생적으로 형성된 경제 질서가 아닌 만큼 정부에 의해 통제받는 것 역시 불가피한 수순인 듯하다. 독일은 1933년 나치정권 당시 주식회사법을 제정하여 대기업집단을 통제하는 콘체른 규제를 명문화한 바 있다. 따라서 현재 도입논의가 진행 중인 대기업집단법은 그 모델이 독일 주식법상의 콘체른 규제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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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력집중억제정책의 큰 축인 금산분리 원칙에서 독일과 한국은 전혀 다른 시스템을 택하고 있으며, 규제 방법 또한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사진=연합뉴스 |
다만, 그 내용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독일 콘체른규제는 공시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연대책임 즉, 민사적 책임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법률상 콘체른과 사실상 콘체른).
반면에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기업업집단법은 공정거래법의 내용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어 법 위반시 행정명령으로 주식강제처분은 물론이고 과징금, 형사고발, 의결권제한 등과 같은 엄정한 행정벌과 형사벌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집단법을 단순히 독일에서도 존재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도입하더라도 세계에서 유일한 이질적인 법제도가 아니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기업집단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기 때문이 이를 도입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은 타당성이 있는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법률 간의 관계
별도의 독립된 대기업집단법을 제정하는 경우 상법상의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규정, 합병, 회사분할, 주식이전, 주식교환 등과 같은 규정은 물론이고 공정거래법상의 경제력집중억제 규정, 지주회사규정,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중 금산분리 규정, 금융지주회사법, 자본시장법, 보험업법, 은행법 등과 같은 법률 속에 산재되어 있는 대기업 규제 관련규정들을 모두 대기업집단법에 편입시키고 관련 규정은 개별법에서 삭제시켜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기술적으로 많은 연구를 하면 이러한 개별법상 관련 규정의 삭제라고 하는 입법방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모든 법률들에 존재하는 관련 규정들을 대기업집단법이라는 특별법률내에 포함시키기는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어느 법률에 의하여 대기업집단법 규정 적용시 충돌이 발생할지는 사전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지난 18대 대선당시 대기업집단법의 제정반대사유로 들었던 타법률들과의 충돌 문제는 여전히 타당성을 갖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대기업집단법의 제정관련 전문가로 알려진 김상조 교수는 대기업집단법을 재벌개혁방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 법률 속에는 콘체른 관련 규제뿐만 아니라 부실기업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하여도 규율하는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1)
그러나 부실기업구조조정와 기업지배구조 관련 규정까지 포함시키는 경우 대기업집단에게는 법적 규제 때문에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극한 상황에까지 직면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기업집단법 제정은 심각한 고민과 논의를 거친 후 재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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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집단법 제정으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확대한다면 결국 정경유착을 더 심화시킬 것이다./사진=연합뉴스 |
맺으며
대기업의 경제력집중에 관한 문제는 대한민국 경제사를 보건대 리스트의 유치산업 보호론 관점에서 보면 독일의 경제발전사와 유사한 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력집중억제정책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금산분리 원칙은 독일과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시스템을 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규제의 방법 또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독일은 유니버셜 뱅킹시스템을 통하여 금산간 융합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법적 제재 역시 민사적 책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금산분리 원칙과 법위반시 엄정한 행정벌 및 형사벌을 가하는 등 정부의 개입이 시장에 강력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법적 제재방법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기업집단법이 단지 독일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제정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논리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대기업집단법의 제정으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확대한다면 결국 정경유착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보다 심도있는 입법적 논의를 거친 후 대기업집단법의 제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1) 오마이뉴스, 2012.11.21.일자 기사.
(이 글은 24일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독일 기업집단법 제대로 알자-결국은 경제다! 경제살리기’ 연속세미나에서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전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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