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기존 저축은행보다 10%p가량 낮은 금리로 중금리대출 시장을 압도하겠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의 '출사표'다. 윤 대표는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롭게 출범 예정인 카카오뱅크의 '첫 경쟁자'를 저축은행으로 지목했다. 

   
▲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저축은행을 '제1경쟁자'로 지목했다. 최근 들어 신용대출액 증가로 당국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고 있는 저축은행으로서는 달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다. /미디어펜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저축은행을 '제1경쟁자'로 지목했다. 최근 들어 신용대출액 증가로 당국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고 있는 저축은행으로서는 달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다. 설상가상으로 저축은행권을 바라보는 당국의 시선도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본래의 '전공'을 살리기 위해 저축은행들이 부심하고 있다.

우선 카카오뱅크가 새롭게 시도하는 대출상품 판매모델은 이렇다. 저신용등급 대출자가 카카오뱅크에 대출을 신청하면 카카오는 해당 대출자의 온라인 구매내역 등을 예스24와 G마켓 옥션, 카카오택시 등 주주사들이 갖고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용등급을 다시 산정한다. 이를 통해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성실하게 상환할 가능성이 높은 대출자를 구분해 저금리 대출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중금리 대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운 요소가 '신용등급 산정'임을 감안하면 카카오 측의 대안은 신선한 측면이 있다. 기존 저축은행은 물론 제1금융권도 해내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의 영업이 가능해진 셈이다. 중금리 대출시장의 '안방마님'인 저축은행으로서는 입장이 미묘해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아래에서부터의 위협'이라면 금융당국의 칼날은 '위에서부터의 위협'이다. 가계부채를 포함한 대출건전성 이슈가 심각성을 더해가면서 최근 저축은행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최근 당국의 시선은 저축은행 업계의 PF대출로 향해 있다.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말 기준 저축은행 업계의 PF대출 잔액은 3조3948억원으로 2015년말(2조6740억원)보다 7208억원이나 증가했다. 9개월간의 증가폭이 2015년 한 해 증가폭인 6146억원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신용대출 증가액도 2015년말 9조9690억원에서 2016년 9월말 12조4179억원으로 9개월간 2조4489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9339억원을 기록한 2015년 동기와 대비하면 162%나 급증한 수치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라며 우려했다. 

아무래도 금리는 제1금융권보다는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저축은행이 판매한 신용대출의 절반 정도는 연 25%의 고금리 대출이다. 통상 금리가 높아지면 연체율도 함께 올라가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당국 입장에서는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위아래로 '압박'을 받고 있는 저축은행은 복잡한 표정이다. 우선 당국의 우려에 대해서는 과도한 걱정이 '칼날'로 비화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저축은행권 한 관계자는 "작년 PF대출의 경우 실적이 급증하긴 했지만 사업장 선별 작업이 꼼꼼하게 진행된 만큼 부실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중금리 시장진출을 선포한 점에 대해서도 저축은행만의 '전공'을 살려 경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용대출 분야에서 업계 선두권에 속하는 A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에서 배울 점도 많겠지만 저축은행만의 대출 노하우도 존재한다"면서 "사잇돌대출2 등 중금리 상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흐름을 이어서 저축은행 본연의 대출상품 판매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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