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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
촛불민심'에 신이 나서인지, '태극기열풍'에 혼이 나서인지 나라 돌아가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에 의해 야기된 '나체 패러디 그림' 사건 보도를 보면서 지난 1월 12일 대만에서 벌어진 택시기사에 의한 한국인 여성 관광객 성폭행 사건이 문득 떠오른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표창원 의원은 이 사건 발생 4일 후인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대만 성폭행 피해사건 등 대한민국 외교 적폐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했다고 한다. 주 대만 한국대표부가 국민의 피해에 대해 미온적이고 부적절하게 대응했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대한민국 외교의 대수술 운운하는 표창원 의원의 모습을 생각하면 참으로 쓴 웃음을 지울 수 없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일지 모르지만 그가 바로 그 사건 며칠 후 박대통령의 나체를 패러디 한 그림을 국회에 전시하는 해괴한 짓을 벌여 나라가 온통 난리가 났기 때문이다. 그의 망동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언론을 통해 전세계에 나라 망신을 초래했다.
표 의원의 말꼬리를 한번 잡아보자. 그의 말처럼 해외에서의 우리 관광객 피해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고 대한민국 외교에 대수술을 가해야 한다면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대통령과 대한민국 전체 여성을 희롱한 '나체 패러디 예술(?)' 사건을 벌인 것은 대한민국 국회에 대수술을 가하고도 남을 일 아닌가? 표 의원의 논리라면 그런 짓을 벌인 의원의 소속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해산까지 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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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체 패러디' 사건은 표창원 의원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구실로 현직 대통령을 모독하고 전체 여성을 비하한 당사자의 의원직 사퇴는 당연한 일일 것이며 그를 ‘인재영입 1호’라고 내세운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사진=미디어펜 |
한국 여성관광객 성추행 사건을 벌인 대만의 택시기사 소속회사는 사건 보도 직후 영업을 중단하고 회사 자진해산 조치를 취했다. 이 회사가 그 후 다른 형태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지만, 현직 국회의원이 다른 곳도 아닌 국회에서 대통령과 여성을 모독하고 국격을 훼손하는 낯뜨거운 망동을 벌였다면 의원직 박탈은 물론 해당 정당도 최소한 대만 택시회사처럼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이합집산으로 제 밥그릇 찾아 다니다 여의치 않으면 개명(改名)도 서슴지 않는 게 우리 정치판의 공식 아니던가?
대통령 전 비서실장과 문체부장관을 구속시켜 놓고 '블랙리스트' 작성 책임으로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는 특검이 이번 '대통령 누드 패러디' 사건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예술을 빙자하여 국가의 정체성을 흔들거나 국격을 훼손하는 자들의 명단이 왜 필요한지를 터득하길 기대해 본다. 그들이 '블랙리스트'라 칭하는 그런 명단을 작성하는 것이 범법행위라면 이 나라 모든 조직이 범법조직이 아니겠는가?
국가이던 기업이던 키워야 할 분야(사업)와 접어야 할 분야(사업), 유능한 자와 무능한 자, 발탁 대상자와 도태 대상자, 조직을 이끌어 갈 자와 조직을 붕괴시킬 위험이 있는 자들을 분리해서 관리하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이다. 그것이 통치이고 경영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굳이 흑백논리로 구분하자면 '화이트리스트(white list)'와 '블랙리스트(blacklist)'가 되겠지만, 조직을 이끌어가면서 이런 리스트를 유지, 관리하는 것이 범죄란 말인가? 만인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리인가?
포장만 번드레한 불량상품은 포장을 뜯고 사용해봐야 알 수 있지만, 말만 그럴싸한 불량인간은 하는 짓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번 '패러디 그림' 사건이 일파만파가 되자 표창원 의원은 사죄는커녕 "작품 내용을 몰랐다'고 거짓 변명을 둘러댔다가 문제의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까지 한 사실이 밝혀지고 사태가 심각해지자 뒤늦게 사과하면서도 의원직 사퇴는 못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인재영입 1호'라며 내세웠던 표 의원의 그간의 언동을 보면 그의 사람 됨됨이와 막말 수준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수많은 막말들로 국민을 분노케 했다. 학교 전담경찰관과 여고생의 부적절한 관계가 파문을 일으켰을 당시 대정부질문에서 "잘생긴 경찰관을 배치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는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하더니 대통령탄핵 표결 당시 무기명원칙을 어기고 탄핵반대 의원 명단을 공개해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표 의원은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경찰대학에서 교수로 강의를 했고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자문위원을 역임한 사람이다. 이런 수준의 의식을 가진 사람이 이런 경력을 가졌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더욱이 이런 사람이 20대 국회 발족 당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을 맡았다고 하니 우리 국회의 윤리 수준을 알만하지 않은가?
이번 '나체 패러디' 사건은 표창원 의원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구실로 현직 대통령을 모독하고 전체 여성을 비하한 당사자의 의원직 사퇴는 당연한 일일 것이며 그를 ‘인재영입 1호’라고 내세운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의 판단력 수준으로는 정권과 대권을 탐하는 욕심을 거두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우리 국민이, 특히 우리의 여성 유권자들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이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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