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ᆞ김규태 기자]JTBC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반대를 위한 태극기집회를 폄하하는 내용을 26일 보도한 이후 실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의 비판이 잇따라 제기됐다.

방송은 제보자의 실명을 밝히지 않은 채 태극기집회 관계자라는 사람의 증언을 인용해 “목욕을 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나오면 5만원, 날씨가 추워지면 6만원, 유모차를 끌고 나오면 15만원의 일당을 준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또 “서울에서 모집 활동을 하면 언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지방에서 참가자를 모집해오라는 요구도 있었다”는 증언도 전했다.

하지만 ‘미디어펜’이 실제 태극기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수소문해 증언을 들어보니 JTBC의 보도는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보였다. 

경기도 화성에서 매주 서울로 올라와 태극기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김모씨(71)는 “대체 돈을 누구한테서 받는다는 말이냐”며 “나는 친구들과 통화해 약속장소를 정해서 태극기집회에 참가했지 누구한테 돈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집회에 나가보면 다들 화가 잔뜩 난 사람들이 모여있다. 참가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언론이 태극기집회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화가 난, 언론에 분노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1월2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려 시청광장까지 행진한 태극기집회의 모습./사진=미디어펜 한기호 기자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광화문 촛불집회는 대대적으로 생중계로 보도하면서 상대적으로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집회는 보도하지 않거나 축소해 보도하는데 화가 났다는 말이다. 

태극기집회에 참가한 젊은 청년들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대통령 탄핵심판을 보도하는 언론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인천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씨(29)는 “태극기집회에 5번 참가했는데 돈을 받기는커녕 누군가에게 계좌번호를 말한 적도 없다”며 “여태 유모차 끌고 나온 여성도 본적 없다. 15만원 받겠다고 이 추운 날 아이를 데리고 나오다니 말도 안된다”고 했다.

서울 거주 대학생 황모씨(20)는 “저는 태극기집회에 거의 매주 참석했다. 그러나 돈을 받은 적도, 돈을 주겠다는 사람도 없었다”며 “태극기를 든 사람들은 대한민국 가치와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황씨는 이어 “JTBC의 의혹 제기는 의도적으로 태극기집회를 폄하하려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거주 직장인 여모씨(27)는 “작년 11월 말부터 7번째 태극기집회에 참여해왔다. 손석희 씨가 태극기집회에 와본다면 저런 소리는 못할 것”이라며 “초반 4~5회때까지만 해도 피켓은커녕 종이에 ‘탄핵 반대’라고 쓴 것을 들고 집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자발적으로 모금을 하게 되면서 지금 피켓은 장만했다”는 것이다.

여씨는 이어 조금 흥분한듯 “집회가 끝난 뒤 알바비를 받기는커녕 누군가에게서 밥한그릇 얻어먹은 일도 없다. 모두 바쁘고 가난하니까. 집회가 끝나면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이런데도 허위날조를 보도하는 사람은 체포되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 지난 1월2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려 시청광장까지 행진한 태극기집회의 모습./사진=미디어펜 한기호 기자


일반 국민으로서 자발적으로 태극기집회에 참가해온 사람들의 실제 증언을 들은 뒤 태극기집회에 가장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고 있는 ‘범보수대연합’이란 단체의 관계자의 증언도 들어봤다.

지난 이명박 정부인 2008년 서울 광화문에서 수개월 이어진 광우병 촛불집회를 한국진보단체를 포함한 여러 단체들이 연합한 ‘광우병위험 국민대책회의’가 주도했던 것처럼 태극기집회는 보수 성향의 범보수연합을 비롯해 10여단체가 연합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마디로 보수 시민단체가 처음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시작했고, 이 집회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국민들이 많아진 것이다.  
  
탄기국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처음 방송과 신문에서 보도하는 내용을 믿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언론이 잘못 보도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시도는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것이라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게 JTBC에서 보도한 ‘알바비로 참가자를 동원했냐’는 질문을 하자 “손석희 씨가 집회에 나와보면 태극기집회의 본질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참가자들은 애국가만 흘러나와도 눈물을 흘리고,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집회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을 기어이 탄핵시키려는 국민들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는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들도 많이 있다. JTBC 보도가 이런 보도를 하는 목적을 알 수는 없으나 자유민주국가의 언론으로서 보수 성향의 국민들이 자유롭게 태극기집회에 참가하는 것마저 모독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 1월2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려 시청광장까지 행진한 태극기집회의 모습./사진=미디어펜 한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