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확산·그룹 총수 재소환 임박
대내외 악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만 현 위기 상황에서 뚜렷한 해법을 찾을 수 없는 기업들의 모습에 재계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냈다가 주요 그룹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과 국정조사에 불려 나가는 수모를 겪었는데, 또다시 ‘비선실세’ 최순실 씨 재판에 나가게 되자 올해 사업계획을 구체화 할 중차대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가장 큰 걱정이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회장, 구본무 LG대표이사, 허창수 전경련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그룹 총수들이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여기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인한 중국의 통상 보복,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의한 보호무역 주의 확산 등으로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재계에서 고조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기부금을 낸 대기업 총수들은 이달 말 최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3명이 오는 28일 최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다.

이들 총수는 작년 12월 초에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가 기부금 출연 경위를 증언한 바 있다. 청와대의 재단 출연 요청에 다른 기업들이 동참하니 따라서 기금을 낸 것이고, 대가성은 없었다는 취지였다.

이달 말 이들 총수가 예정대로 법정에 나온다면 재단 출연 배경에 대가성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SK는 재단 출연 당시 최태원 회장의 사면이 그룹의 중요 현안이었던 만큼 사면 대가로 출연금을 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한화는 재단 출연과는 동떨어진 사안이지만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제기돼 있어 관련 질문이 나올지가 관건이다.

조양호 회장에게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 사퇴, 한진해운 퇴출 배경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총수 외에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황창규 KT 회장도 증인으로 채택돼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최씨 재판에 증인으로 서진 않는다.

'존폐기로' 전경련, 쇄신안 마련 위해 외부 도움까지

'정경유착의 통로'로 비난받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외부 용역기관의 도움을 받아 쇄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자체 동력으로 쇄신안을 마련하려고 추진해왔으나 여러 여건상 쉽지 않다는 판단에 외부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이다.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모금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전경련은 지난해 12월부터 자체 쇄신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앞서 전경련은 이달 하순 총회 전까지 쇄신안을 마련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그러나 전경련은 삼성, LG 등 주요 그룹이 공개 탈퇴를 선언하면서 존폐 갈림길에 선 데다 소속 회원사의 의견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쇄신안에는 전경련의 향후 조직 운용 방향 등이 담길 전망이다. 전경련은 싱크탱크로 전환하는 안을 비롯해 미국의 경제단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을 벤치마킹 모델로 삼는 쇄신안 등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용역 결과가 이번 정기총회에 제대로 공개될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나온다. 총회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한 데다 쇄신안을 이끌 차기 회장이 아직 선임되지 못해서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의 후임이 정해지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쇄신안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없는 관계로, 후임 회장이 선출된 뒤 쇄신안 용역 결과가 공개되고 자체 쇄신안도 차례로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