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태극기집회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잇따라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윤상현·조원진 의원 등 소위 ‘원조 친박’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의 참가가 논란을 일으켰다.
한때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태극기집회에 참석한 친박 핵심의원들에게 참석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고, 이후 새누리당에서 이를 “가짜뉴스”라며 부인하는 일이벌어졌다.
하지만 인명진 위원장의 지시 여부나 의도를 따지기 전에 태극기집회의 본질을 안다면 사실 원조 친박의원들은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조사와 탄핵심판 중에 일어나고 있는 태극기집회의 본질은 대통령에 대한 ‘명예살인의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유무죄와 상관없이 촛불집회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 정권에 대한 ‘조롱’과 ‘여성비하’ 등에 분노하는 민심이 모인 것이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장에 대통령 효수가 걸리는 것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의 여성대표가 쏟아내는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 같은 당 표창원 의원의 ‘박 대통령 누드화 전시’까지 야권의 박 대통령에 대한 명예살인에 대한 반발이 태극기집회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태극기집회에 박근혜정권이 이렇게 되기까지 공동책임이 있는 원조 친박의원들이 참여하는 것은 이미 실각한 정치인이 보수집회를 등에 업고 재기를 노리는 꼼수로 비쳐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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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특검조사와 탄핵심판 중에 일어나고 있는 태극기집회의 본질은 대통령에 대한 ‘명예살인의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유무죄와 상관없이 촛불집회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 정권에 대한 ‘조롱’과 ‘여성비하’ 등에 분노하는 민심이 모인 것이다./연합뉴스 |
태극기집회에 모인 60대 노인이든 20~30대 젊은이든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면서 애국가를 부를 때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이들은 평생 살면서 박 대통령을 직접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다.
국가의 주요 요직에서 권력을 누리던 원조 친박들은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과 무관하게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원조 친박들의 태극기집회 참가를 지켜보면서 ‘박 대통령은 살아서도 의리를 못 지킨 이들과 죽어서 의리를 못 지킨 이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 후기 수령의 도리를 정리한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가르침처럼 이 정권에서 관료직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미덕’만 있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다시 지난 4일로 11차를 맞은 태극기집회 얘기로 돌아가서, 지금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에 불과하다는 폄하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박정희 대통령의 과오와 마찬가지로 공적도 잘 알고 있는 이들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를 똑같이 평가하자는 보수 세력의 주장도 대한민국의 명예와 자존심을 되찾자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대통령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정권교체를 역설하기 위해 역대 대통령의 실패를 운운하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단골 메뉴가 됐다. 대선이 거듭될수록 비록 분단된 한반도이지만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수립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공적은 사라져갔다. 전국이 초가집이던 남한에서 산업화를 통해 중산층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고착시킨 박정희 대통령의 공적도 짓밟히기 시작했다.
야권 후보들은 한결같이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은 민족의 원흉처럼 선전했다.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 북한을 공산화시킨 김일성 생가 사진은 들어가 있어도 남한의 두 대통령이 민주 발전에 공적이 있다는 말은 넣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시도했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부친을 미화시키려 한다는 야권의 비판도 나왔지만 보수 국민들은 후손들에게 두 대통령의 공적과 과오를 똑같이 가르쳐야 한다는 염원이 있었다.
이들은 주로 서울역 앞이나 덕수궁 대한문 앞 등에서 열리면서 탄핵 촉구를 주장하는 촛불집회와 물리적 충돌을 피해왔다. 태극기집회 초기에 야당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물리적 충돌을 일으켜서 계엄령을 선포하려 한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린 까닭이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유무죄를 떠나 최순실 씨를 향하는 조롱만큼이나 박 대통령은 이미 국민들로부터 심정적으로 탄핵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국민들은 탄핵 인용이든 기각이든 심판 결과가 나왔을 때 박 대통령의 모습이 그를 반대하고, 찬성했던 이들 모두가 감동할 수 있는 그것이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만큼 태극기집회에 참가하는 정치인들도 집회의 본질을 망각하는 언행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당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와 상관없이 국정혼란을 끼친 책임을 깊이 통감해야지 오히려 재 뿌리는 행위를 절대 해서는 안될 것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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