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태영호 북한 전 주 영국 공사는 9일 “북한에 아무리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해도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1994년 제네바 합의 때 북한 외무성에서는 아무도 합의 이행을 믿지 않았다”고 밝혔다.

태 공사는 이날 국가안보전략연구소가 연 ‘동북아 안보 정세 전망과 대한민국의 선택’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해 과거 제네바 합의를 “북한 김정일과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사기 합작품”이라면서 “당시 김일성 사망과 대 아사 위기가 겹친 김정일에게는 미국의 공격을 피할 시간이 필요했고,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이 얼마 못가 붕괴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결국 제네바 합의는 김정일로서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미국에 내걸었고, 클린턴으로서도 북한이 활용도 하지 못할 경수로 제공을 약속하면서 핵 폐기를 요구했으니 사기극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9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 국제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콘퍼런스의 주제는 '동북아 안보정세 전망과 대한민국의 선택' 이다./연합뉴스


태 공사는 이어 당시 북한이 핵 폐기 문제에 진정성이 없었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 “내각에서 합의문을 보고 크게 쇼크를 받았다”며 “미국이 제공하는 경수로로 북한에 전기를 공급하려면 수많은 변전소를 설립하고, 전기선도 다 바꿔야 했다. 이 때문에 원자력공업부 등에서 강력 반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런 북한 내각의 제네바 합의에 대한 반발은 김정일이 실제로 노린 것을 몰라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 태 공사의 주장이다.

그는 “제네바 합의에 대한 내각의 반발은 충정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김정일은 당초 제네바 합의를 이행할 생각이 없었다”며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외무성 직원 말고는 아무도 제네바 합의 내용을 모르게 함구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 공사는 앞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방향은 첫째 핵동결 협상을 벌일 것인지, 둘째 김정은정권이 붕괴될 것으로 믿고 다시 한번 사기극을 만들어볼 것인지 두가지 방안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핵동결의 경우 북한의 요구 조건인 대북제재 해제, 주한미군 철수, 한미군사훈련 중지 등 요구를 들어줄 수 있을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또 “만약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김정은으로부터 핵포기 담보를 받아낸다고 가정한다 해도 과연 그 합의문에 서명할 한국과 미국의 지도자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미 제네바 합의로 한번 속아본 한국과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을 철수시킨다고 해서 북한이 핵물질과 핵시설, 모든 미사일 부품을 100% 파기할 것을 믿을 수 있겠나“며 ”아무런 강제 사찰 권한도 없는 한미 양국 정부가 북한에 또다시 배팅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 정부가 북한에 대해 선제타격을 가할 경우 북한의 반응에 대해 김정은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최악의 발악’으로 공멸의 길을 걷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 공사는 “김정은은 선제타격 가능성을 주한미군과 그들 가족들의 움직임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만약 선제공격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 과거 세계 독재자들의 말로를 다 아는 김정은으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너 죽고 나 죽자’,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의 심정으로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고, 엄청난 재앙이 닥칠 것이다. 그래서 그 전에 김정은을 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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