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여러 지역에서 야생조류의 AI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는데 이어 구제역 A형과 O형이 동시에 발생했다. 구제역 발생 원인을 두고 가축 농가와 정부 간의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농가는 사육두수에게 백신 주사를 놓았지만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다며 백신의 약효가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하나에 2000원 하는 예방백신을 전체 사육두수에 놓지 않고 농가가 선별적으로 놓았다며 농가의 모럴헤저드를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2011년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포기하고 소 돼지 등 가축에게 구제역 백신을 맞히기 시작했으나 2014년부터 매해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정부의 가축 방역 정책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16년간 8번의 구제역 발생에 대처하면서 살처분 비용 등 3조3000억 원의 세금을 소요했다.

이에 정부에서 세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지적과 백신 접종을 꺼리는 농가가 자초한 일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역 인프라는 농식품부와 검역본부 및 지자체 등의 역할이 불분명하고, 보상금 제도 개선이나 한국형 백신 개발은 구제역 파동 때마다 내놓는 대책에 불과하다는 맹점을 지니고 있다.

소 돼지 등 가축을 키우는 각 농가에서는 ‘우유가 줄어든다’, ‘사산율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다. 무허가 축사를 올리거나 축사를 관리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교육관리가 소홀하다는 농가 스스로의 원인도 여전하다.

전체 축산 농가 12만6000곳 중 6만여 곳이 축사 중에 무허가인 곳을 포함하고 있다. 한우 축사 중에는 무허가인 곳의 비중이 87%다.

   
▲ AI에서 구제역까지…원인 두고 농가-정부 책임 공방./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박봉균 검역본부장은 “한우의 경우 임신한 소에 백신을 접종했을 때 주저앉고 유산했다는 보고가 있다”며 “농장들이 백신접종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최근 밝혔다.

방역당국은 이번 충북 보은의 젖소농장과 전북 정읍의 구제역 발생과 관련해 반경 3㎞이내 11개 축산농장을 대상으로 항체 형성률을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각 1개 농장에서는 백신접종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장, 농가들의 모럴해저드를 막지 못하는 방역당국의 부실한 정책이 이번 사태를 키워온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형식적인 백신 접종 교육과 농가에게 백신접종을 전적으로 맡기고 사후관리에 소홀한 방역당국 방침이 어우러져 농가의 모럴해저드를 막지 못해왔다.

정부의 대처는 이제부터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1일 서울청사에서 열린 민관합동 구제역·조류 인플루엔자(AI) 일일점검회의에서 “농가 규모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 조치를 해야 한다”며 “소규모 농가는 방역기관이 직접 백신 접종을 하고, 자가 접종을 하는 대규모 농가은 접종 이행 여부 점검을 강화함으로써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교안 권한대행은 “농가들이 백신 접종 시기·방법, 보관요령 등을 잘 준수해 백신 접종의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수 있도록 교육, 지도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비효율적인 구제역 방역체계를 손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방역 정책 수립은 농식품부가, 검역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하지만 실제 방역 시행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역할 분담이나 통합적인 업무 연계가 미비하다는 점이 이번 구제역을 더욱 크게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