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최순실(61)씨 측 변호인과 검찰은 13일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와 측근들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을 두고, 파일 전부의 복사와 공개에 관해 법정에서 설전을 벌였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공판에서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고영태 측근인 김수현(전 고원기획 대표)씨가 작년 6월까지 녹음한 2000여 건이 수록된 CD가 있지만검찰은 고씨 증인신문에서 한두 개만 공개하고 중요한 녹음파일들은 준비되지 않았다며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이어 "녹음파일에는 고영태씨와 김수현씨, 류상영(더블루K 부장), 박헌영(K스포츠재단 과장), 최철(더블루K 대표)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고스란히 담겨있다"며 "고씨 관련 녹음파일 2000여 개를 복사하게 해 달라"며 검찰에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총 2300여 개 파일 중 2250개 이상은 김씨가 자동녹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녹음한 것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검찰은 이어 "나머지 50개 녹음파일 중 사건과 관련성 있다고 판단된 29개에 관해 녹취록을 작성했고 이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것"이고 해명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녹음을 들은 뒤 녹취록을 만들어 제시했으니 증거 동의 여부를 결정하라는 말인데 우리는 녹취록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며 검찰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반발했다.

이와 관련 최씨 측 변호인은 "현재 갖고 있는 음성 파일을 법정에서 들어보자는 것"이라며 "이걸 복제하게 해 주면 (2000여 개 녹음파일) 내용을 전부 확인한 다음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변호인은 "검찰이 제시한 녹취록 5건은 공소사실 인정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며 "고영태한테 녹음을 들려주고 어떤 진술을 받았느냐 하면 '장난삼아 그랬다. 별 의미 없다'고 하면서 희석을 한 거다. 조서가 그렇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 최순실측 변호인과 검찰은 13일 '고영태 녹음파일'의 복사 및 공개를 두고 법정에서 설전을 벌였다./사진=연합뉴스


변호인이 이날 언급한 문제의 녹취록은 지난 6일 고영태 전 이사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두했을 때 일부가 공개된 것으로, 해당 녹취록에는 "K스포츠 재단 사무총장을 문제를 만들어 쫓아내고 고영태 본인이 부사무총장으로 들어가서 재단 장악하겠다"는 고씨의 통화 발언이 담겨 있다.

이는 검찰이 직접 확인해 작성한 것으로, 고씨와 김수현씨 간의 대화가 다음과 같이 진술되어 있다.

고씨는 김씨에게 "내가 재단에 부사무총장 그걸로 들어가야 될거 같아. 그래야 정리가 되지. 이사장하고 사무총장하고 존나 쓰레기XX 같이..."라며 "가서 정리를 해야지... 사무총장을 쳐내는 수밖에 없어. 사무총장 자리에다가 딴 사람 앉혀놓고 정리해야지"라고 말한다.

이어 고씨는 "새로운 사람 들어오면 또 내부조직 끌어올 수 있으니까 내부에 있는 이제 자리 하나 남았는데, 하나 땡겨놓고 우리 사람 만들어놓고 같이 가버리든가 해야지. 그래야 조용해지고..."라며 "그러고는 쫓아버릴라고... 그렇게 해서 내쫓아야지"라고도 말한다.

고씨가 또한 "그러면 내가 부사무총장 들어가고, 그렇게 하다가보면 거기는 우리가 다 장악하는 거지"라며 "여기 어차피 힘 빠지면 뭐 하면 되니까"라고 말하자, 김씨는 "500억 이니까 형, 괜찮다니까요 계산 맞추면. 그것만 아니라 다른 걸 할 수 가 있어요"라고 답한다.

이에 고씨가 "미르재단도 지금 한번 봐봐야돼, 이사장도 맡아야 되고, 내가 안하고 나왔는데"라며 "내가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다 이거야"라고 하자, 김씨는 "알아보면 되죠. 근데 이제 그 사람들이 형 사람이 될 것이냐 안 될것이냐가 문제"라고 말한다.

고씨는 6일 법정에서 이러한 통화내역에 대해 "김씨와 이렇게 대화한 것은 사실이나 김씨와 농담 식으로 한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13일 고씨 녹음파일과 관련, 최씨 변호인 측과 검찰이 계속 대립하자 "변호인이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증인으로 신청해달라"며 중재에 나섰다.

재판부는 이어 "녹취록의 대화자가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 무슨 뜻인지 말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검찰과 변호인 측 모두 증인신문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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