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영화 '재심' 스틸컷
[미디어펜=정재영 기자]양심을 져버린 공권력, 진실을 외면한 정의. 거짓이 용서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에 다시 심판을 내릴 때가 왔다.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은 전북 익산 약촌 오거리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에서 시작한다. 당시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던 15세 소년이 살인자로 지목되는 기이한 일이 발생한다. 이후 진범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지만 공권력은 양심을 버린 채 자신들의 프라이드를 지키기 위해 진실을 외면한다. 살인범으로 지목돼 10년 동안 옥살이를 해야했던 현우(강하늘).

 소년에서 청년이 된 현우는 변호사 준영(정우)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준영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이려는 목적으로 대충 써내려간 사건 기록들을 보며 분노의 감정을 느낀다. 목격자를 범인이라 말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현실에 정우는 ‘양심’이라는 큰 돌 하나를 던진다. 영화는 이 중요한 가치인 양심을 다시 한 번 사회로 옮겨오는데 초점을 뒀다.

진실을 이야기할 수 없었던 긴 시간 동안 분명 누군가의 마음에서는 양심이 몸부림 쳤을지 모른다. 약촌 오거리 사건의 실제 주인공은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다. 당시 형사들이 커진 양심을 이기지 못하고 증언대 위에 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결과를 본 많은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동시에 공권력의 모순에 다같이 분노했다. 소년이 청년이 될 정도로 긴 시간이었고, 우리 사회에서 보호받아야 했던 어린 소년이 그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욕심이 보편적인 가치를 이기는 순간 우리 사회는 폐단으로 가득 찬다. 가해자가 된 목격자는 이제 사회의 피해자가 됐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모순이 계속되고 있다. 약촌 오거리 사건이 재조명 된 것처럼 또 다른 진실들도 우리는 계속 마주해야만 한다. 영화 ‘재심’은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지. ‘재심’은 15일(오늘)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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