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환노위 날치기 무효화·정치적 책임져야" 정보위·국방위는 가동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이 1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야권의 단독 법안 처리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자, 2월 임시국회의 상임위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고 여론전의 '전투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지난 12일과 13일 북한의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발사와 김정남 독살 사건 등 안보 불안을 야기하는 사건이 연발함에 따라 정보위·국방위 만큼은 적극 가동 중이다.

김정일의 맏아들 김정남까지 숙청한 김정은 정권의 잔학성과 타협 의지 부재를 전면 부각하고, 사드 배치 등 안보현안과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불감증' 노출을 넘어 '해결 방해'로 일관하는 야권을 맹비판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총리공관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제8차 고위당정회의를 갖고 김정은 정권에 '핵 망상에 빠져있으면 자멸한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책임 안보'를 강조하는 한편 경제활성화·일자리 창출 입법, 통상 현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정우택 원내대표는 "국방위, 정보위 두 상임위를 빼고 오늘 저희는 상임위에 참석하지 않고 항의할 예정"이라는 방침을 천명했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운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맨 왼쪽)은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함께 15일 오전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우측에서 두 번째)는 정보위원회와 국방위원회를 제외한 국회 상임위 일정 전면 보이콧 방침을 선언했다./사진=국무총리실 제공


그는 "최근 교문위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 촉구) 결의안 날치기 통과라든지, 환노위에서 (MBC·삼성·이랜드파크) 3개 청문회를 가결한 것 또한 날치"라며 "어제 미방위에서도 (언론노조에 의한) 소위 '방송 장악법'을 임의로 통과시키려는 모습들이 보였다"고 보이콧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 원내대표는 뒤이어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한국GM대우 노조 출신인 홍영표 환노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GM노조 채용비리 청문회'를 제외한 안건만 통과시킨 점을 거론, "대선에서 귀족노조의 지지를 받기 위해 국회법 정신을 정면 위반하고 청문회 개최 안건을 일방 처리했다. 환노위 날치기 처리는 원천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당 원내대표로서 야당 독재·독주가 일상화되는 게 아닌지 개탄스럽다"며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차기 대선을 앞두고 민생정책과 개혁입법을 내팽개친 채 대선용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는 횡포를 부리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가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상임대표를 공동위원장으로 한 '10년의 힘 위원회'를 출범시킨 데 대해 "사드 배치를 막아야 한다는 정세현 전 장관을 자문단 위원장으로 영입한 데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안보 문제로 이슈를 넓혔다.

앞서 당무감사위원장으로 외부에서 영입, 13일 당 상임전국위에서 비대위원으로 위촉된 이용구 전 중앙대학교 총장은 "이젠 좀 더 당당하게 현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태에 대해 문제점을 확실히 지적하고 국가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시도지사들이 시정과 도정은 어떻게 하고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을 하는 게 과연 올바른지, 다분히 선동적인 특검의 행태, 북한 미사일 등에 대해 시의적절한 촌철살인의 논평을 내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자"며 "이런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들은 한국당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국가를 책임지는 자세를 갖췄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여론전 강화를 주문했다.

   
▲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15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실을 찾아가 MBC 청문회를 비롯한 3개 청문회 안건의 야권 단독 표결 처리에 강력 항의했다./사진=연합뉴스


원내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은 회의가 끝난 직후 '환노위 날치기 원흉 홍영표는 사퇴하라', '야당 독재 폭주정치 아웃(OUT)'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국회 본청 홍영표 환노위원장실로 찾아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한국당은 곧바로 또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상임위 일정을 전면 보이콧한다는 당론을 추인했다.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에서 "언제든지 야당이 마음만 먹으면 핵심 법안의 일방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 됐다"며 당 의석이 100석에도 못 미쳐 불리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뒤 "앞으로 20대 국회 동안 계속 야당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일 수밖에 없는 심대하고 중대한 상황이다. 비상한 각오를 공유해야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요구하는 건 결정사항의 원천무효화와, 책임자가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 야당의 이런 독재가 다른 상임위에서 이어지면 안 된다"며 "출구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전략만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당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 대선주자들이 참석, 북한의 무력 시위와 김정남 피살에서 나아가 북한인권문제로까지 의제를 넓히며 대야 비판에 나섰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이성이 마비돼가고 있는 김정은 정권의 오판을 막고 광란의 무력도발을 멈출 길은 북한보다도 우리가 훨씬 강력한 핵 억지력을 갖추는 길"이라며 자신의 구상인 '한국형 핵무장' 이행, 국회 북핵특위 설치 등을 당부했다.

특히 "19대 국회에서 11년 만에 통과시킨 북한인권법을 실천해야 하는데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며 "더민주가 제가 (19대 국회) 원내대표였을 때 이종걸 원내대표와 합의하지도 않은 야당 몫의 상근이사 임명을 합의했다고 우기며 주장하고 있다. 그 억지를 당장 거둬들이라"면서 "하루라도 빨리 김정은 정권 하에 인권유린을 당하는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드리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원유철 전 원내대표(각각 우측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는 15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김정남 독살 사건, 야당의 북한인권법 통과 방해 전례 및 북한인권재단 출범 방해 행태를 거론하며 전면 비판에 나섰다./사진=미디어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 "전체주의 권력은 만들어질 때와 끝날 때 가장 포악한 면을 드러낸다"며 2020년이면 북한은 붕괴한다고 전망한 뒤 "한국당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무자비한 주민 탄압 문제를 정면에서 주도해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권을 다 잡은 듯 교만하게 행동하는 야당을 보라. 이 엄중한 현실에서 사드에 반대하고, 대통령이 되면 평양부터 달려가겠다고 한다. 군 복무기간 1년으로 단축한다는데 국군 규모도 반으로 줄여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면 한미동맹은 빈껍데기가 된다"며 "북한 들으라고 하는 얘기인가, 우리 국민에게 하는 얘기인가. 그들과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차 떼고 포 떼고 형편없는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켜놓고 재단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은 이름도 바꿔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민족문제와 안보문제에서의 혁신은 바로 한반도의 모든 문제는 우리의 문제고, 운명을 걸고 해결에 나서는 데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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