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 여부를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일단 특검수사 기간 연장의 ‘키’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있다.

1차 기한인 이달 말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은 20일 의원총회를 열고 ‘특검기간 연장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야당이 황 대행을 압박하며 특검법 개정안까지 발의한 상황에서 일찌감치 “연장 불가”를 선언한 것이다.

야당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요구하며 연장을 추진 중이지만 이 역시 여야 합의없이는 힘들다. 정세균 의장도 “특검이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어 황 대행에게 기간연장 요청을 했고 수락돼야 온당하다고 본다”면서도 직권상정 여부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따라서 여야가 1차 특검수사 종료를 앞두고 기간 연장 여부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황 대행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1월30일 박근혜 대통령이 박영수 특검을 임명하면서 시작된 특검수사는 준비기간 20일에 이어 12월21일부터 본수사가 시작돼 이달 28일이면 총 90일간 1차수사를 마치게 된다. 따라서 특검기간을 연장하려면 일단 황 권한대행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날 자유한국당은 “특검 연장은 대선정국에 특검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기한연장 반대를 아예 당론으로 채택했다. 여기에 황 대행 측도 이날 특검팀의 수사기간연장 요청에 대해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관련법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수사기간 연장과 관련해 황 대행 측은 특검팀과 접촉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 야 4당 원내대표들이 19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회동을 열고 국회 정상화, 특검 기간 연장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연합뉴스

 
당장 야당은 특검 수사기간을 기존 70일에서 최대 120일까지 연장한 특검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야당은 대놓고 “황 대행이 특검 연장을 승인하지 않으면 마치 동업자가 동업자를 엄호한다는 맹목적 방패가 된다는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거나 “특검기간 연장 거부는 특검을 강제로 해산시키는 일”(심상정 정의당 대표)이라며 특검 연장을 촉구했다.

야권 전반에서는 황 대행의 특검기간 연장과 관련해 여러 관측을 내놓으면서 압박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 심기를 헤아려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든지 “황 대행이 특검기간을 연장한다면 여론을 등에 업고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식의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사실 지금 황 대행에게 특검 연장은 쉽게 거부하거나 승인하기 쉽지 않은 딜레마인 것은 분명해보인다. 역대 특검이 연장된 경우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하필 보수 지지층의 반대가 심한 박영수특검 수사기한을 연장하는 것은 부담이 있다. 

특히 특검이 연장되면 30일간의 수사기간이 더 주어지는 만큼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온 이후까지 특검수사가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법재판소는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 퇴임일인 3월13일 이전에 탄핵심판 결정을 내겠다는 입장이어서 만약 탄핵이 인용될 경우 박 대통령은 자연인 신분으로 특검 조사에 임해야 할 것이고, 만약 박 대통령이 조사에 임하지 않을 경우 체포 등의 강제구인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앞으로 만약에 박 대통령에게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감안해 황 대행이 특검수사 기간을 연장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박 대통령 측은 헌재가 오는 24일로 결정한 최종 변론기일을 3월2~3일로 연기해서 박 대통령이 직접 헌재에 출석해서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요청해둔 상태이다. 

동시에 최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절정에 달한 특검수사를 중단시켰을 때 황 대행에게 쏟아질 비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황 대행이 ‘정치인 황교안’으로서 개인적 돌파구를 찾으려고 나설 경우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기 위해서는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가 있거나 천재지변, 전시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등 3가지 요건에 해당돼야 한다. 이를 볼 때 특검법 연장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필요하다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국정공백으로 인한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한다”며 직권상정을 주장하고 있어 야당의 밀어붙이기가 도를 넘을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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