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손실 본 투자자를 위한 펀드가 있다?”

투자자 손실을 오히려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른바 ‘힐링’ 상품들은 손실 중인 펀드를 자사 계좌로 옮겨올 경우 판매보수를 면제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고객들을 위한 참신한 전략이라는 호평을 받는 한편 그만큼 증권가 수익상황이 악화됐다는 증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 대신증권이 출시한 '마스터즈 펀드케어랩 서비스'는 손실을 본 고객계좌의 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마련된 서비스다. /사진=대신증권


32세 직장인 A씨는 요즘 ‘펀드 성적표’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 더 이상 은행예금이 ‘재테크’가 아닌 저금리 상황에서, 빠듯한 봉급에 펀드 투자에 나섰지만 판판이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외주식 투자펀드, 인덱스 펀드 등 나름대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했기에 수익을 낸 펀드도 전혀 없진 않지만 은행이자와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든 수준이다.

그런 A씨는 최근 한 증권사 고객 담당으로부터 독특한 제안을 받았다. 현재 손실을 보고 있는 펀드를 자사 계좌로 옮겨올 경우 증권사에 매년 지불하는 판매보수를 면제해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통상 판매보수는 연 0.6~0.8% 선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만약 이 부분을 면제 받는다면 그만큼 수익률이 올라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업계에는 이와 같은 ‘힐링 상품’들이 조금씩 눈에 띄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27일 '밸런스 마스터즈 펀드케어랩'을 선보이면서 ‘힐링 펀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상품구조는 A씨가 제안 받은 것과 거의 유사하다. 현재 손실 중인 펀드를 대신증권 계좌로 옮겨오면 판매보수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대신증권 한 관계자는 “펀드 운용 결과가 나쁜데도 꼬박꼬박 수수료를 챙겨가는 투자회사들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라면서 “투자심리를 회복함과 동시에 해당 펀드의 현황 분석과 손실 원인을 꼼꼼히 분석한 ‘처방전’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이른바 ‘힐링형’ 상품을 내놨다. 연 3%짜리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을 내놓아 업계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 상품은 작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이 0.6%에 그쳐 실망한 투자자들에 대한 ‘애프터서비스’ 개념으로 출시됐다. 

반드시 구체적인 상품을 내놓지는 않더라도 투자사가 큰 손실을 본 투자자에게 수수료 감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손실 난 펀드 그 자체를 모두 대상에 넣고 상품을 출시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작년 업계의 펀드 성적표를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작년 말 기준 국내외 주식형 펀드 잔액은 57조원 수준인데, 이 중 적자를 본 자금이 무려 30조원에 달했다. 손실 본 투자자들을 하나의 ‘고객군’으로 분류할 수 있을 만큼 그 대상이 많아진 것. 그렇다 보니 전에 없던 힐링형 상품이 출시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힐링 펀드는 그야말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고객관리 차원의 상품"이라면서 "시장상황이 개선돼 정상적인 수익실현을 하는 본래 구도로 돌아가는 일이 근본적인 대안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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