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탄핵 '즐거운 시민혁명' 포장 …헌재의 탄핵 결정은 조중동 추락의 계기될 듯
"조중동이 신문이라면, 우리 집 두루마리 화장지는 팔만대장경이다." 냉소의 끝을 달리는 이 우스개에 뼈가 있다. 최순실 사태의 출발이 언론의 난(亂)이라는 걸 가늠하는 사람들이 조중동에 대한 환멸을 요즘 그렇게 표현한다. 확실히 최근 1년 조중동은 선동매체로 성격이 바뀌었다. 책임있는 주류 매체가 공멸(共滅)한 지금 상황은 언론환경의 변화 그 이상이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수호하려는 매체가 전무(全無)하며, 그래서 국가위기다. 그럼에도 조중동 사이엔 편차가 존재한다. 그걸 미디어펜 주필 조우석은‘눈치 보는 조선, 날뛰는 중앙, 왕바보 동아’이라고 규정했는데, 지켜볼 일이다. 셋 사이의 균열이 앞으로 어떻게 탄핵정국의 변수가 될 지를 체크해보자. 정말 궁금한 건 이 질문이다. 궤도를 이탈한 미친 언론 조중동의 회생 가능성은 없는가? 그걸 상하로 나눠 점검한다. [편집자 주] 

연속칼럼<2>- ‘눈치 보는 조선, 날뛰는 중앙, 왕바보 동아’

   
▲ 조우석 주필
충성 독자 20만 명이 빠져나간 조선일보가 요즘 바짝 긴장했고, 눈치 보는 지면을 제작하고 있다고 며칠 전 글에서 나는 밝혔다. 우리가 원하는 인적쇄신-지면쇄신과는 한참 거리가 있지만, 탄핵정국 마무리 시점에서 이런 약간의 변화란 저들이 영악스럽기 때문이다.

법리상으로 대통령 탄핵기각이 맞고 민심 역시 그쪽으로 성큼 기울었다는 징후를 읽어낸 것이다. 중앙-동아도 긴장한 건 마찬가지이고, 촛불 찬양과 광장민주주의 선동에 매달리던 지난해 연말의 지면과 조금 달라졌다. 그럼에도 두 신문의 출구전략 모색은 상대적으로 늦다. 그런 미묘한 편차에도 조중동의 몰락을 포함한 미디어 빅뱅은 불가피한 게 지금이다.

다음 주 헌재 결정을 앞두고 나는 그걸 감히 단언하는 바인데, 우선 동아일보가 안타깝다. 일제시대 민족지, 1960~70년대 왕중왕이던 옛 영광을 뒤로 한 그 신문은 지금 사람 없고, 자기정체성도 잃어버린 상태다. 실은 그 신문에게 ‘언론의 난’이 큰 기회였다.

지난해 말 올해 초 조선-중앙이 연일 미친 지면을 만들 때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충실해 중심만 잘 잡고 있었더라면, 신문시장 1위 탈환도 가능했다. 조선-중앙의 지면제작이란 무엇이었던가? 그건 사주(社主)이익에 따라 춤추며 사실상의 내란행위를 부추긴 것에 불과했다. 여기에 부화뇌동하지 않는 게 동아가 일어서는 길이었지만, 그 신문엔 사람이 없었다.

동아일보, 1등 신문될 기회 놓쳤다

좋은 취재진이 없으니 변변한 특종도 못했고, 시야 넓은 논객도 없다. 틈나면 박근혜 대통령 공격에 매달리는 논설위원실을 책임진 논설주간 김순덕의 글이 대표적으로 지면을 망가뜨렸다. 저질인데다가 심한 정치적 편향의 사례다. 특정인만 그런 게 아니라 구성원 대부분이 그랬다.

일테면 촛불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4일자 동아닷컴 머리기사가 우릴 기겁하게 만들었다. "역대 최대 232만 촛불…시민들 직접 민주주의 새 역사 쓴다". 이게 무슨 짓인가? 천하의 동아일보가 좌익세력이 내세운 뻥튀기 통계를 그대로 받아쓰며 민중혁명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니! 한겨레도 그런 짓은 안 했다.

이래저래 뭔지 모른 채 허둥대던 동아는 왕바보 신문이 맞다. 그와 달리 더욱 더 심하게 날뛰던 중앙은 정치적 복선(伏線)이 따로 있었다는 게 동아와 구분된다. 즉 대권 도전의 헛꿈을 품은 오너 홍석현의 의중에 따라 착착 움직였다. 지난해 말 이후 지금까지 중앙이 '혁명일보'노릇을 자청하는 배경도 실은 그것이다.

   
▲ '언론의 난' 거대한 몸통은 중앙일보다. 지난 5~6개월 중앙일보 지면은 언론이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더 놀라운 것은 또 있다. 중앙일보-jtbc는 국회-검찰과 함께 현직 대통령을 내쫓아내는 정치적 음모의 주요 기획세력이라는 게 점차 드러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서운 일이다. 그게 조중동을 포함한 한국언론의 집단적 타락에 원인제공을 했다. 바꿔 말해 '언론의 난' 거대한 몸통이 중앙일보라고 해야 한다. 1등 신문 조선일보가 촛불시위를 두고 "국민이 주체이고 국가가 객체임을 선포한 경이로운 평화축제"라며, "찬란한 공화정의 새벽"을 용감하게 찬양했던(12월12일 ‘윤평중 칼럼’)것도 결국은 2등 신문 중앙일보에 등 떠밀린 탓이다. 악화(惡貨)가 양화를 내쫓은 전형적인 케이스다. 

지난해 말에서 지금까지 5~6개월 중앙일보 지면을 보면 편집국 구성원 전체가 모종의 열기에 들떠 있었음을 보여준다. 집단광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전혀 확인 안 된 사실을 토대로 대통령을 공격하고 대중을 선동하는 극히 난폭한 지면을 저들은 매일 같이 만들었다.

한국언론의 집단타락은 '중앙' 탓

벌써 지난해 10월, 저들은 사설에서 박 대통령을 "죄인"이라고 규정하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청와대를 떠나는…최악의 순간"(10월27일자) 언급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당시 논설위원 전영기는 감히 대통령을 향해 "국가권력 도둑질을 한 죄"(12월9일)를 따져 묻는 객기까지 발휘했다. '날뛰는 중앙일보'의 끝판왕을 장식한 건 따로 있다.

그게 주필 이하경이고, 대기자 김영희였다. 이하경의 경우 말끝마다 혁명을 찬양해 우릴 실소케 했다. 촛불과 대통령 탄핵을 '즐거운 시민혁명'이자 '멋진 벨벳혁명'으로 포장했다. 촛불이 대중광기와 폭민(暴民)정치임이 드러난 지금 그저 가소로울 뿐이다.

그렇다면 중앙일보 구성원들은 체제변혁-민중혁명을 찬양하는 헛똑똑이 혹은 위선적 리버럴리스트란 뜻일까? 그것도 못된다. 그들은 독립적 지식인도 못되고, 객관적 저널리스트에도 모자란다. 그저 홍석현의 가신(家臣)일뿐이다. 깜냥도 안 되는 jtbc의 손석희도 그쪽이다. 좌익 상업주의로 신문시장을 거머쥐고, 대권에 도전하려는 홍석현에 동원된 면면일 뿐이다.

재확인하지만 지난 5~6개월 중앙일보 지면은 언론이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더 놀라운 것은 또 있다. 중앙일보-jtbc는 국회-검찰과 함께 현직 대통령을 내쫓아내는 정치적 음모의 주요 기획세력이라는 게 점차 드러나고 있다.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문이 정보전달의 언론 매체이길 거부했다는 점에서 이번 '언론의 난'은 매우 복합적이며, 그래서 더욱 연구대상이다. 시쳇말로 메뚜기도 한철인데, 이제 날이 저물었다. 다음 주 헌재의 현명한 결정은 중앙일보를 몸통으로 한 조중동 주류매체 셋의 운명을 가를 것이고 미디어 빅뱅을 재촉할 것이다. 

차제에 분명히 해둘 것은 또 있다. 요즘 유행하는 게 가짜뉴스인데, 멀리 갈 게 없다. 지난 5~6개월 조중동이야말로 ‘제도화된 가짜뉴스’의 본보기였다. 단발성 가짜뉴스와 달리 제도화된 가짜뉴스는 그 언론사 종사자들은 자신들이 왜 공공의 적이고, 막장 언론인가를 모른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 유쾌하지 않은 드라마의 종영이 코앞이란 점이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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