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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해빙', '4인용식탁' 포스터 |
[미디어펜=정재영 기자]영화 '해빙'은 메가폰을 잡은 이수연 감독의 참신함이 다시금 빛난 작품이다. 이 감독은 지난 2003년 영화 ‘4인용 식탁’을 통해 감성 미스터리라는 이색적인 장르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가 이번에는 '해빙'을 통해 미스터리한 이야기와 탄탄한 스토리 구조를 가진 심리스릴러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주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장르로써 승부수를 던진 것.
그렇다면 전작 '4인용 식탁'의 강점과 특징을 읽어봄으로써 '해빙'의 흥행가도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매번 확장되는 방식으로 진화되기 때문에 전작이 탄탄한 경우 신작은 한층 괄목할만한 성과가 있기 마련이다.
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었던 ‘4인용 식탁’은 감성 미스터리라는 명칭에 알맞게 스릴러와 공포, 미스터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이같은 공포 속에도 인간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슬픔과 공허함 등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눌러 담아 폭넓은 감성을 이끄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또 영화는 이사 간 집에서 아이들의 귀신을 보게 된 정원(박신양)으로부터 시작한다. 정원은 우연한 기회로 자신처럼 귀신을 볼 수 있는 연(전지현)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 자신의 비밀들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연을 통해 서서히 정원에게 다가오는 진실들은 정원의 과거와 얽혀 점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정원의 무의식 속에서는 점차 연에 대한 의심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감독은 섬세한 연출을 통해 관객들의 내면에서 ‘공포’를 끌어올린다. 무서운 장면이나 끔찍한 장면 없이 관객들은 캐릭터의 행동과 표정에서 긴장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4인용 식탁’은 다분한 스토리 구조에 맞물리는 심리적 서스펜스를 통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영화에서 계속해서 펼쳐지는 메타포, 중의적 표현들은 캐릭터들의 사연과 긴밀하게 호흡을 맞추면서 진행,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재미를 증폭케 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하나의 결말을 향해 나아가면서 관객들에게 인물에 대한 의심을 가진 채 흥미진지한 관전포인트를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이수연 감독의 작품성을 인정받게 했다. 시체스 국제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인 시민케인상을 수상하게 된 것. 이처럼 첫 스릴러로 이미 그 저력을 내비친 이수연 감독은 무려 14년 만에 더 완성도 높은 스토리에 자신의 특기인 은유, 중의성 등을 장착한 채‘해빙’으로 돌아왔다.
'해빙'은 얼음이 녹은 강에서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비밀을 마주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서울에서 도산 후 경기도 화정신도시로 들어가게 된 내과의사 승훈(조진웅)은 그 곳에서 듣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듣게 된다. 15년 전 발생한 살인 사건을 진실과 마주한 승훈, 그 후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모든 이들에게 의심스러운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이수연 감독은 심리스릴러의 출중한 만큼 이 단서를 승훈에게만 알려주지 않고 관객들이 그의 시선에서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되는 구조를 완성시켰다. 자신에게 살인 사실을 고백한 치매에 걸린 정노인(신구), 그의 아들 성근(김대명), 자신에게 의미모를 호의를 표하는 간호조무사 미연(이청아)을 포함한 모든 등장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승훈은 물론 관객들까지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어 장르적 통쾌함을 자아내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결말이 물음표였던 ‘4인용 식탁’과 달리 ‘해빙’은 시원한 마침표로 극을 끝내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승훈을 따라 발견한 단서들은 무의식을 파고들고, 결말로 향하는 지점에서 그 단서들은 퍼즐처럼 맞춰진다. 모든 조각들이 모여 큰 그림이 되는 순간 관객들은 전율을 느낄 수밖에 없다. 3월 극장가에‘해빙'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현재 전국스크린에서 절찬 상영 중.
[미디어펜=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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