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금융투자업계 숙원과제였던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이 사실상 무산됐다. 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2일 금융투자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달 24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통과에 또 다시 실패했다. 이로써 19대 국회 때부터 금융당국과 업계의 숙원사업이었던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은 다시 한 번 기약 없이 연기되고 말았다.

   
▲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금융투자업계 숙원과제였던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이 사실상 무산됐다. /사진=연합뉴스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이슈를 먼저 부각한 것은 다름 아닌 금융위원회였다. 2015년 7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거래소의 경쟁력 강화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야심차게 끌어올린 프로젝트였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포함된 지주사 전환 문제는 19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할 금융이슈로 손꼽혔다.

그러나 한국 자본시장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코스피-코스닥 시장 활성화 등의 명분은 ‘현실적’인 문제에 가로막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했다. 특히 거래소 기업공개(IPO)에 따른 상장 차익 문제, 본사를 부산으로 명기할 것이냐의 문제가 얽히면서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나아가 지주사 전환 효과 자체에 대해서까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생기기도 했다.

결국 19대 국회와 함께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가 다시 구성돼 이진복 현 바른정당 의원이 재발의하면서 다시 한 번 업계의 주목을 받기는 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도 자본시장법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법안 통과는커녕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통과에조차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은 당분간 얘기조차 꺼내기 어려워졌다는 비관론이 빠르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현 정권이 속수무책으로 혼란상에 접어들면서 당국이 추진한 법안 대부분이 동력을 잃었다”면서 “거래소 문제의 경우 정찬우 이사장의 낙하산 논란이 불거진 점도 어느 정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거래소 측은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특히 올해 9월 증권시장에 ‘거래증거금’을 도입하고 중앙청산소(CCP) 분리, 5개 본부별 책임경영 도입 등 지주사 전환에 앞선 사전작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제도를 선진화하고 조직을 개편해 언제라도 지주사 전환에 나설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두겠다는 눈치다.

향후 여건도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달 들어 대통령 탄핵 이슈가 더욱 크게 부각될 게 자명한 데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대선정국 또한 맞물려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거래소의 지주전환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여론의 관심’을 얻기에 불리한 여건이 이어지면서 업계 안팎의 전망도 점점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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