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속불량·시동꺼짐·주행쏠림 등 치명적 결함
무결함 차 걸리면 '로또'…르노삼성 '나몰라라'
[미디어펜=최주영 기자]르노삼성의 프리미엄 중형세단 'SM6'가 출시 이후 사고로 직결될 수 있는 각종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결함투성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있다. 영업맨 출신인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이 판매에만 급급해 품질은 등한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르노삼성의 주력 차종인 SM6는 출고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변속기가 고장나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하는 등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 설상가상 르노삼성은 지난해 9월 엔진제어장치(ECU) 결함으로 6844대를 리콜 조치한 데 이어 이달에는 차체제어장치를 비롯한 4개 부품 제작결함으로 5만1000대가 넘는 차량을 리콜하는 등 품질경쟁력에 ‘비상등’이 켜졌다.

   
▲ 르노삼성의 프리미엄 중형세단 SM6에서 공회전과 시동 꺼짐 등 중대한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 사진은 르노삼성자동차의 박동훈 사장(왼쪽)과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이 신차 공개 행사에 참석해 SM6 옆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펜DB

SM6 자가용 등록대수는 지난해 기준 5만431대로, 경쟁 차종인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를 제치고 1위에 올랐고 ‘2017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올해도 순조로운 출발이 예상됐다. 그러나 각종 결함이 발목을 잡으면서 국내에서 판매대비 리콜 비중이 높은 차량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임신한 아내, SM6에 꼼짝없이 갇혀

천안에 거주하는 A씨는 임신한 아내를 태우고 SM6를 주행하던 중 아찔한 상황을 경험했다. 차량 인도 2주 만에 기어 변속이 되지 않아 꼼짝없이 도로에 갇힌 것이다. 

기어를 D(드라이브)에 놓고 엑셀레이터를 밟으면 RPM(분당엔진회전수)만 올라갈 뿐 앞으로 나가지 않았고, 후진기어로 맞추면 차가 오히려 앞으로 밀렸다. A씨는 첫 정비 후 증상이 개선되지 않아 다시 점검을 받았고 결국 미션 부품을 교체했다. 그는 현재도 변속 결함이 나타날까 불안한 마음으로 운전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B씨도 주행거리 1만km가 조금 넘은 상황에서 변속 불량이 발생해 운전 도중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주행 중 갑자기 속도가 20km로 떨어져 서비스센터와 정비소에 점검을 요청했지만 정비소 관계자는 “프로그램에 문제가 없으니 그냥 타라”고만 했다. 현재 B씨는 차량 처분을 고민 중이다.

서울에 사는 SM6 차주 C씨는 연비 절감을 위해 '오토스톱&스타트' 기능을 켜고 주행하다 신호 대기 중에 몸을 살짝 뒤로 젖혔는데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SM6에 탑재된 오토스톱&스타트는 운전자가 시트에서 벗어날 경우 센서가 이를 감지해 10초간 시동을 꺼 연료를 절약하는 첨단 기능이다.

이후에도 여러번 이런 현상이 발생하자 C씨는 이 기능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작동해 운전 중에 불편을 주거나 심할 경우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고 판단, 영업점 측에 문의를 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이 기능을) 끄고 타라"였다.

   
▲ SM6 결함 증상 및 원인/표= 최주영 기자

주행 중 시동꺼짐 '아찔'…차체 틀어짐 현상도

심지어 오토스톱 기능이 꺼진 상태에서도 시동 꺼짐을 경험했다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출고 한 달 만에 시동 꺼짐 현상을 경험한 대구 SM6 차주 D씨는 “신호를 대기하던 중 시동이 꺼졌고, 기어가 D로 셋팅됐음에도 계기판에는 P(파킹)라는 표시가 떠있었다"고 했다. 

서울 차주 E씨도 신차 출고 2주만에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해 점검한 결과, 연료펌프 이상 진단을 받았다. 그는 “사업소 측에서 연료펌프 이상으로 시동을 걸어도 연료가 전달되지 않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불안해서 운전을 할 수 없어 계약을 철회하고 싶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SM6의 시동꺼짐 현상은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결함으로, 하위모델인 SM5에서도 발생해 논란이 됐던 중대한 결함 중 하나다.

아울러 최근 출고된 SM6에서는 '차체 틀어짐'으로 인한 쏠림 및 타이어 편마모 증상을 호소하는 차주들이 늘고 있다. 

SM6 차주 F씨는 차가 한쪽 방향으로 운전시 계속 쏠리는 느낌을 받아 르노삼성 사업소를 찾았지만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쏠림 증상이 계속되자 결국 사설 정비소를 찾았고, 점검 결과 운전석 앞바퀴 부분값이 모두 틀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차주들은 공통적으로 사업소 측에서 '전륜 토우값이 기본적으로 마이너스 값으로 셋팅돼 정상값과 다소 차이가 있었음'을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부산의 한 SM6 차주는 “신차 출고시 얼라이먼트 값이 오차범위 안에 거의 똑같이 있어서 영 찜찜한 원인”이라며 “현재로서는 출고시 오류값을 증명할 수 없어 출고결함은 배제하고 정비결함으로 보상해주겠다고 해 일단 교환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르노삼성의 프리미엄 중형세단 'SM6'가 출시 이후 사고로 직결될 수 있는 각종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결함투성이'라는 낙인이 찍힐 처지다.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이 국내 시장에서 SM6 판매를 위한 마케팅에만 주력하고 정작 품질에 대한 검증은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18일 신년 행사에 참석한 박동훈 사장 /사진=연합뉴스

영업맨 출신 박동훈 사장, 판매에만 '올인'...품질경영 '실패?'

SM6에서 결함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음에 불구하고 르노삼성은 개선은 커녕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현재 신차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경품을 주는 '식스센스'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또 최근 슬그머니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SM6를 비롯해 SM3, SM5, SM7, QM3, QM6 등 전 차종의 가격을 모델에 따라 10만~75만원 올렸다. 

이를 두고 업계는 영업맨 출신인 박 사장이 실적 올리기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우선시 돼야 하는 품질 및 애프터서비스(AS) 등 사후관리는 소홀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박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선보인 SM6가 국내 시장에서 반응이 좋자 판매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라며 “차량 결함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이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고객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출시 초부터 프리미엄과 강성 품질을 앞세웠던 SM6가 결함이 속출하면서 박동훈 사장이 품질경영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SM6에서 발생하는 결함이 동일 차량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SM6가 자주 공회전을 하는 이유에 대해 “유럽식 차종에서 많이 발생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SM6에 탑재된 EDC 변속기는 DCT를 기반으로 하는데 자동변속기 편의성과 수동변속기 연비효율성을 다 가지고 있어 르노삼성이 이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오작동시 주행하던 차가 헛돌수 있고 심각할 경우 급발진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중대 결함”이라고 했다.

그는 오토스톱&스타트 기능에 대해서도 “차량 내 신호 체계에 따라 시동을 켜고 끄도록 하는 장치이기 때문에 같은 차에서 여러 번 반복적으로 오작동이 생겼을 때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ISG(Idel Stop and Go)라는 장치가 말을 듣지 않으면 차량 내부 신호체계 문제가 생겨 B씨 같은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ISG 오작동으로 차가 멈춰 섰다면 사고 위험은 물론이고 변속기 부품 또는 변속기 전체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SM6 차량 휠 얼라이먼트와 편마모 증상에 대해 “차를 새로 설계할 때 엔진 등 무게가 실려 차체가 뒤틀리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박 명장은 이에 대해 “차량 바퀴에 부품이 걸렸을 때 부하하중에 따른 기하학적 중심과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중심이 이동하는 무게중심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보통 설계라던가 제작 과정에서 수축 또는 팽창이 일어나서 생길 수 있지만 복수의 동일한 차종에서 그런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결함으로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쌍용차 ‘무쏘’ 출시 초기 사례를 언급하면서 “무쏘도 초기 차량 쏠림 현상이 타이어 편마모 때문인 줄 알았는데 정작 타이어가 아니라 용접후 열변형에 따른 얼라이먼트가 원인이었다”며 “출고 6개월 미만 신차에서 이런 현상이 발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SM6차량에서 발생한 결함 증상들 /자료=국토부 제공

결함 없는 차 걸리면 '로또 당첨'…사후처리는 뒷전

SM6 결함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르노삼성차는 국토부로부터 지난 9일 차량 주행 중 문제가 발생하거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결함이 다수 발견돼 무려 5만1069대에 대한 리콜 명령을 받았다.

문제의 기능은 △가속·브레이크 페달 상단에 위치한 플라스틱 커버(2015년10월5일~2016년10월24일) △차체제어장치(BCM) (2015년11월29일~2016년11월11일) △차일드 락 장치(2016년5월19일~2016년8월8일) △워터펌프 풀리(2016년1월21일~2016년3월19일)등으로 안전과 직결되진 않지만 부주의할 경우 운전 중 불편함을 가중시킬 수 있다.

지난해 9월 르노삼성은 SM6 가솔린 차량에서 엔진제어장치(ECU) 오류로 내리막길 등을 주행하던 중 페달을 밟으면 연료가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 6884대를 리콜 조치했다. 지난해 7월 기어봉 결함이 발견된 1만8000여대 차량도 서비스센터 통한 무상 수리 실시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르노삼성의 제대로 된 차 사는 것을 ‘로또 당첨’에 비유한다. 결함이 없는 차를 사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매우 드물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르노삼성은 소비자의 결함 신고가 접수되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국토부의 시정명령이 내려진 후에야 조치하는 늑장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작 차만 팔면 그 뿐 소비자에 대한 사후처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이와 관련해 “추가 결함은 없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리콜이 실시된 SM6 관련한 추가 적인 결함은 없었다”며, “국토부의 이번 리콜 조치 또한 무상 수리가 아니라 고객들의 품질만족도를 유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의 이 같은 해명에도 소비자들은 “더이상 품질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5년째 르노삼성차를 타고 있다는 한 차주는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안일하게 대처하는 르노삼성 신뢰할 수 없다”고 했고, 또다른 차주도 “사후관리 없는 르노삼성차 두번 다신 안삽니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르노삼성차가 정작 중요한 제품의 퀄리티는 뒤로 하고 마케팅 등 실적 올리기에만 집중해 '차만 팔면 그 뿐 사후처리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M6 품질 문제가 속출하는데도 오히려 박동훈 사장은 신차 출고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케팅에만 혈안이 된 모습”이라며 “그간 르노삼성이 내세운 품질경영에 대한 신뢰 역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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