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손실분담 조건부 동의…사채권자 결정 '관건'
국민연금과 채무조정안 실무회의 주목…'신중 또 신중'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이 다음 달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가장 많은 채권을 가진 국민연금 등 채권자들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

29일 금융당국과 채권단,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채무조정에 합의해줄 것을 설득하기 위해 조만간 국민연금 만나기로 하고 세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전제조건으로 채무조정할 것을 주문했다. 회사 회생의 열쇠를 가진 국민연금이 찬성해야 채무 재조정이 사채권자 집회를 통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이 넘어야 할 가장 큰 고비는 다음 달 17∼18일 회사채 투자자를 대상으로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회사채 1조3500억원·CP 2000억원)에서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연장하는 채무재조정을 성사시킨 뒤 신규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중 국민연금은 30% 수준인 3900억원 정도의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들고 있어 국민연금의 사채권자 집회 참석과 찬·반 여부가 채무재조정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채권자들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사학연금·보험사·증권사등기관투자자 70%와 개인 30%로 구성돼 시중은행처럼 일괄적 채무 재조정 합의를 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사채권자 가운데서도 회사채의 29%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을 쥐고 있는 국민연금은 채무 재조정 안을 바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모습이다.

산업은행이 추가 감자를 해야 출자전환에 동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비공식적으로 내놓으며 대주주 산은의 희생을 조건으로 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시중은행과 사채권자들이 채무 재조정에 동의해야 자신들도 무담보채권 1조60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각각 만기가 다른 회사채 채무 재조정을 위한 5차례의 집회 가운데 1차례라도 부결되면 대우조선해양 지원방안은 모두 수포가 된다.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조만간 열리는 국민연금과의 면담에서 회사의 흑자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고 향후 자금 운용 계획 등을 상세히 전달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의 향후 수익 전망, 재무건전성 개선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재무담당 임원이 국민연금을 만날 예정이다.

실질적인 성과가 어느 정도 가시화된 수주 현황들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6억 달러의 수주 실적을 기록 중인 가운데, 다음 달 중으로 그리스 마란 탱커사와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3척 수주 계약 체결을 앞둔 상태다.

아울러 이미 건조 의향서를 체결한 미국 엑셀러레이트에너지사와의 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의 본계약을 다음 달 체결할 계획이다. 여기에 앙골라 소난골 드릴십 2기 인도 지연 문제를 둘러싼 협상에 최근 진전이 있는 점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 회생을 위한 출자전환 등 채무 재조정에 큰 틀에서 동의하면서 공은 사채권자들에게 돌아갔다.

시중은행들은 회사의 무담보채권 7000억원 가운데 80%(5600억 원)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20%는 만기를 5년 연기하는 데 동의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신규 수주를 하면 5억 달러 규모로 선수금환급보증(RG)도 서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합의는 회사채 채권자들이 채무 재조정에 동의해야 한다. 시중은행들은 채무 재조정에 일단 동의하면서도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추가 감자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이 여기까지 온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이 어려워지면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내놓은 '자율적 구조조정'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채무 재조정에 실패하면 대우조선해양이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Pre-packaged Plan)에 들어가 채권자들이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이 P플랜에 들어간다면 법원은 무담보채권 90% 이상을 출자전환하라는 가혹한 채무 재조정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 채권자들이 원금의 10% 이하만 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각 주체가 상대방에게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지속하면서 상호 간 긴장감은 다음 달 사채권자 집회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