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법원이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결정한 배경에는 뇌물죄를 비롯한 13가지 혐의에서 최순실(61)씨와의 공모 관계가 상당부분 인정됐다는 판단이 결정적이다.
이는 최씨 혼자 경제적 이익을 누렸다 해도 범행 계획의 수립과 실행 단계에서 공모 관계가 성립한다면 법리적으로 '공동정범'인 박 대통령도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날 오전3시05분경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삼성뇌물죄 및 미르, K스포츠재단 등 혐의에 대한 소명이 됐고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 판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 사유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사안의 중대성 등 검찰 주장을 상당수 수용하여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강 판사는 영장 발부 사유로 각 13개 혐의별 판단을 적시하진 않았다.
검찰은 청구한 영장에서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에게서 774억 원의 재단 출연금을 강제 모금했다고 판단했다.
강요에 의한 측면이 있으나 동시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조력을 기대해 건넨 뇌물의 성격이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뇌물 액수는 삼성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204억 원에 최순실 모녀 승마지원금 78억 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 원을 합친 298억 원이다.
재단기금 출연금 204억 원에 대해 검찰은 뇌물과 직권남용을 경합-포괄 관계로 보고, 두 혐의를 영장에 함께 기재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재판부는 일단 검찰 측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피의자는 대통령 권한을 남용해 공범 최서원(최순실의 개명 후 이름)과 피의자의 사익 추구를 하려 했다"며 "국격을 실추시키고 국민 신뢰를 저버렸음에도 사실관계를 부인으로 일관하는 등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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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다만 영장실질심사는 박 전 대통령의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이 아니다.
구속을 결정하더라도 혐의 개연성에 대해 재판부가 인정했을 뿐 뇌물죄나 직권남용 등 주요 혐의에 대해 고도의 증명을 요구하는 유죄를 인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실제로 재판부가 구속을 결정하면서 영장발부 사유를 밝힐 때,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향후 박 전 대통령의 유무죄를 다투는 형사 재판에서는 합리적 의심 가능성을 남기지 않도록 검찰은 범죄사실을 낱낱이 증명해야 한다.
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검찰은 내달 19일까지 최장 20일간 박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기소를 앞두고 보강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유죄 판결 확정 전까지 박 전 대통령은 무죄다.
무죄추정의 원칙인 헌법 제27조는 구속수감된 박 전 대통령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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