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금융투자업계 빠르게 확산
빅데이터 활용…"투자심리 안정적 유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저만의 전용 자산관리사가 생긴 기분이죠. 재테크의 ‘얼리 어댑터’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나고요.”

30대 증권투자자 A씨는 요즘 ‘벤자민과의 수다’에 푹 빠졌다. 벤자민이란 최근 대신증권이 내놓은 인공지능 기반 대화형 서비스인 챗봇(채팅로봇) 서비스의 이름이다. 금융계의 전설적 인물인 벤자민 그레이엄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벤자민은 고객들과 1년 365일, 24시간 언제나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종목 추천은 제공되지 않지만, 계좌관리부터 공인인증서, 공모주 청약 등 업무 대화와 일상적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자체 개발 인공지능 엔진을 통해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만큼 벤자민은 앞으로 계속 ‘진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에는 카카오톡에서도 벤자민을 만날 수 있어 서비스 확장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금융투자업계에 인공지능(A.I)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사진=ING생명


금융투자업계에 인공지능(A.I)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AI 펀드들이 위세를 떨치고 있음은 물론 개인 투자자들에게 인공지능 서비스가 매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의 핵심 키워드로 평가 받는 로보 어드바이저와 인공지능을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예상보다 많은 변화를 금융계에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권가에 인공지능(AI) 펀드들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은 작년 4월 무렵부터다. 정확히 1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AI 펀드들은 시장에서 ‘돌풍’에 가까운 성과를 내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엔가이드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부터 현 시점까지 운용되고 있는 AI 활용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총 13개로 운용설정액은 756억원 수준이다. 출시 초기엔 다소 부진하던 수익률은 최근 들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초기의 시행착오를 거쳐 자체적으로 부진을 극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현상이다.

가장 먼저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출시한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총 7개 상품들은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최소 2.30%, 최대 5.72%의 양호한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펀드는 경제지표와 고객의 투자성향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짠다. 이른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과 딥러닝(Deep Learning)을 기반으로 심층적인 전략 구성이 가능하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A.I 관련 기술의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자체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자체 플랫폼을 개발한 유일한 대형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은 작년 7월부터 다양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한 데 모은 투자 플랫폼 ‘로보캅(ROBO Change Of Paradigm)’을 운영 중이다.

유안타증권의 경우 주식종목 매수‧매도 시점을 인공지능으로 알려주는 ‘티레이더’를 출시해 업계 화제가 됐다. 이후 펀드의 매수‧매도 시점을 알려주는 인공지능 서비스 ‘펀드레이더’도 출시 예정이다.

A.I가 증권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이유는 ‘투자심리’ 때문이다. 기관 투자자처럼 대량의 자금을 갖고 있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투자심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해 본래 의도했던 수익률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A.I는 인간보다 더 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으면서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매력을 확보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심리의 문제를 숫자의 문제로 단순화 시켜주는 게 A.I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생각보다 훨씬 빠른 시점에 ‘인공지능 펀드매니저’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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