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운임인상에만 간섭하는 2대주주
기업 가치 제고 보다 도민 혜택에만 집중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제주항공이 2대주주인 제주도의 지나친 경영권 간섭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30일부터 김포·부산·청주·대구~제주 노선 운임을 최대 11% 인상을 단행했다. 최근 진에어를 시작으로 저비용항공사(LCC)가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고, 제주항공은 제주도의 입장을 고려해 ‘타 항공사와 같은 수준’으로 LCC 중 가장 늦게 인상을 결정했다.

   
▲ 최주영 산업부 기자
제주항공의 이같은 결정에 제주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제주도 측은 “2005년 제주도와 애경그룹이 맺은 협약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요금을 변경할 때 제주도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사전 동의 없이 인상을 강행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제주항공은 '협의'가 곧 '합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은 운임인상과 관련해 그동안 제주도에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제주도 측이 차일피일 협의를 미뤘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제주항공 운임료 인상안에 대해 또 다시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제주도는 이번 운임인상처럼 제주항공의 내부 정책이 나올 때마다 태클을 걸고 있다. 5년 전인 2012년에도 제주항공이 국내선 운임을 12.8% 인상하겠다고 하자 제주도는 ‘항공요금 인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도민에 한해 인상 전 요금을 적용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제주도는 제주항공의 일정 지분을 소유한 2대주주다. 그러나 정작 제주항공 설립 이후 수년 간 적자에 시달리고 애경그룹이 지속적으로 출자에 참여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실제 제주도의 제주항공 지분율은 2005년 설립 초 25%였고 2015년 3.9%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7월 7.7%로 다시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제주도가 2대 주주로서 역할을 외면해 오다가 뒤늦게 회사의 경영 간섭에 나서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제주항공은 지속적으로 제주 노선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최근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정부의 금한령으로 중국관광객이 줄어든 제주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제주기점 김포, 부산, 청주, 대구, 김포-부산 노선에 이어 6번째 국내선인 광주~제주 노선을 지난달 28일 취항했다. 

제주항공은 또 제주도민 대상으로 통상 15%의 요금 할인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할인율을 20%로 인상했다. 제주도민이면 누구든 성수기를 제외한 1년 365일 중 300일 가량을 공시운임의 20% 할인 혜택을 제공받는다. 이는 대한항공, 아시아나, 진에어, 에어부산 등 10%보다 높은 수치다.

제주도가 제주항공에 대한 '지나친 경영 간섭'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주도가 2대주주로서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공기업도 아닌 민간 항공사에 지나친 제약이 기업의 자유경쟁과 시장질서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제주항공을 통해 제주도민이 누리고 있는 혜택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제주도가 기업의 가치 제고보다는 도내 지역경제 활성화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LCC는 정부의 허가로 운영되는 민간 항공사업으로 기업이 가격정책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주주 가치를 제고함과 더불어, 시장에서 다른 기업들과 함께 공정한 경쟁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수 년간 적자를 극복하고 현재 LCC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주항공의 성장을 제한하는 방향보다는 기업경쟁력 확대에 따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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