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자금 절반이상 '조세회피처' 자금…외감법 개정도 시급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코스피지수가 박스권 탈출을 타진하는 한편 외국인 단기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아져 일각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 중 절반 이상은 조세회피 지역에서 나온 것이라 변동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유한회사의 경우도 회계공시 의무가 느슨한 편이라 ‘국부 유출’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시에 외국인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매수세가 계속되는 흐름이다. 아직 세부적인 월간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난 3월에도 외국인 순매수세가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린 만큼 순매수세가 확실시 된다.

   
▲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탈출을 타진하는 한편 외국인 단기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아져 일각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 증시로 몰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반가운 일이다. 한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었던 국내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들로 인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무르익는 상황이다. 단,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질’이다.

최근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의 상당수는 ‘조세 회피처’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올해 1월과 2월 유입된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총 2조 8200억원 규모다. 이 중에서 룩셈부르크, 케이맨제도, 아일랜드, 버뮤다 등 4개 조세회피지역에서 비롯된 자금은 전체의 58.61%를 차지하는 약 1조 6500억원 수준이다.

이미 작년에도 조세 회피처 자금은 전체 외국인 순매수액의 약 40%를 차지하던 형편이었다.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오는 것과 비례해 조세 회피처 자금도 그만큼 많이 유입된 셈이다.

조세 회피처 자금이 우려를 자아내는 이유는 해당 자금의 속성이 단타 투기매매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큰 규모의 자금이 투기적으로 움직일 경우 해당 국가 증시의 불확실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발 리스크가 상시적으로 내재된 한국 증시의 경우, 모종의 사건으로 투자자들이 자금을 급속 회수할 경우 큰 혼란에 직면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미 외국인 투자자금의 속성을 파악하고 모니터링에 나선 모습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속성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면서 “일시적 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진 않겠지만 ‘블랙 스완’이 나타났을 경우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 투자이슈와 관련해서는 외국계 유한회사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에 세운 유한회사 법인의 경우 매출이나 영업이익, 배당금·로열티·기부금 등 재무정보를 공시할 의무가 없다. 거래처와 채권자 등 이해 관계자들이 정확한 회계정보를 알기 어려운 형편이다.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법망의 맹점을 이용, 본국으로 막대한 돈을 보내면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는 일부 유한회사들에 대해서는 ‘국부 유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유한회사를 외부감사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내용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정무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라 현실이 개선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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