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외교부가 11일 공개한 30년 경과 외교문서에 따르면, 1980년대 전두환 정부는 한중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과 '군산항 채널'을 가동하고 미국과는 모란구상이라는 비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소련과 북한간의 긴밀한 관계를 이용해 중국을 견인하는 방안이 한미 사이에 논의되었고, 중국 관영언론인 신화통신이 한·중의 비공식 채널 역할을 하는 등 국교가 없는 한중 양국 사이에 다양한 외교적 탐색이 이뤄졌다.

이번 외교부 문서 공개를 통해, 수교 전이라 공식 외교채널이 부재했던 당시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홍콩 주재 한국 총영사관과 중국 신화통신 홍콩지사가 '군산항 채널'로 불리며 의사소통 역할을 한 것도 확인됐다.

1985년 3월 중국 어뢰정이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 표류한 사건과 관련해 중국 측이 홍콩 주재 한국 총영사와 신화통신 홍콩지사 외사부장 간의 접촉을 요청했고, 이후 이는 한중 양국 간 상시접촉 채널로 거듭났다.

한중 양국은 이 자리에서 여러 차례 오찬과 만찬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자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군산항 채널을 통해 중국 공군 조종사 망명 사건과 관련한 최종 결정을 1~2개월 연기해 달라고 중국 당국이 한국 정부에 요청했고, 김일성 주석 사망설에 대한 중국 지도층의 오해를 풀어달라고 한국측이 중국 정부에 밝히기도 했다.

   
▲ 외교부는 1980년대 외교문서 중 30년 경과한 것들을 전면 공개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1980년대 중반 북한이 소련으로부터 각종 신무기를 도입하는 등 북·소 관계가 긴밀해지자 중국은 이를 우려했고, 이에 한국과 미국은 1986년 초부터 이런 상황을 '모란' 구상이라는 프로젝트로 협의했다는 것이다.

1986년 5월 조지 슐츠 미국 국무장관 방한 당시 외무부가 작성한 '한미 외무장관 회담 별도 자료'에 따르면 논의의 발단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1985년 11월 중국 방문이었다.

중국 측이 북한과 소련의 관계에 우려를 보이며 '미국이 대북관계에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경우 중국도 대(對)한국 (관계) 관련 문제를 더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 키신저의 방중 결과인데, 이를 리처드 워커 당시 주한미국대사가 1986년 1월 한국에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중국의 태도 변화를 한미 양국이 활용할 방안에 대해 협의가 시작된 것이다. 1986년 3월20일 한국은 '모란'으로 명명한 구상을 미국 측에 전달하며 견해를 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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