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외교부가 11일 공개한 30여년 전 외교문서에 따르면, "북한이 아웅산 폭탄테러범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미얀마법원 판사의 딸 피살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1986년 당시 우리 정부가 포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3년 10월9일에 일어난 북한의 아웅산 테러와 관련해 미얀마 법원은 북한 공작원인 김진수와 강민철을 테러 용의자로 체포해 조사한 후 12월9일 사형을 언도했다.

또한 그해 11월4일 미얀마 정부가 아웅산테러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취하자 북한 김일성이 즉각 중국을 방문했던 사실도 이번 외교문서를 통해 처음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1986년 12월 이상옥 당시 주제네바 대사는 주제네바 미얀마 대사와 만나 작성한 2급 비밀문서에서 "아웅산 테러사건 재판에 관여했던 판사의 딸이 약 1년 반 전 일본 유학 중 변사한 사건이 있었다"며 "현장에서 북한제 담배꽁초가 발견됐으며 자살할 만한 특별한 동기도 없어 사인 규명에 노력했으나, 진상을 밝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1985년 9월 우리 정부가 아웅산 테러사건 2주기와 관련해 작성한 외교문서에는 당시 미얀마 측이 '진모'(당시 김진수에 대한 호칭) 처형 보도를 삼가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나와 있다.

문서에 따르면, 북한의 아웅산 테러범 사형수 둘 중 김진수만 사형이 집행되었고 그 후 사형을 선고했던 담당판사의 딸은 일본에서 1985년 6월경 살해됐다.

또한 외교문서에는 "북한인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인물로부터 주제네바 미얀마 대표부에 폭탄장치를 설치했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와 직원들이 대피하고, 경찰이 건물을 수색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문서는 "아웅산 테러 후 당시 각종 국제회의나 몇몇 국가의 수도에서 북한 인사들이 미얀마 외교관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다"고 언급했다.

   
▲ 외교부는 30년이 경과된 1980년대 외교문서 일체를 11일 공개했다./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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