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글로벌 황금 네트워크’ 관리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 부회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삼성의 인수합병(M&A) 등 해외사업 차질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부재가 나비효과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반도 위기고조’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지는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수장의 발이 오랬동안 묶일 경우 삼성은 물론, 국가 경제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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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근 이탈리아 '엑소르(Exor)'의 차기 이사진에서 제외됐다. 그 배경에는 출국금지와 구속수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해외 경영을 중단한 상태다. 특별검사팀의 출국금지 이후 지난 2월에 구속까지 되면서 현안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엑소르 사외 이사직에서 빠진 원인을 주목하고 있다. 존 엘칸 회장 등 엑소르 측이 공식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상호 ‘윈-윈’ 전략’에 의구심을 품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이 부회장은 2012년 5월부터 엑소르의 사외이사로 활동해 왔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핵심 관계자 간의 교류를 통해 양 측 모두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엑소르 측이 부회장의 불투명한 미래를 문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시너지를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를 거느린 엑소르가 전장 사업을 추진하는 삼성전자의 수장을 이사회에서 배제한 것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재판 등을 고려한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엑소르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지주회사다. 페라리와 마세라티 등 고급차 브랜드가 엑소르 소속이다. 엑소르는 최근 삼성전자가 인수한 미국 전장기업 하만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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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영권 삼성전자 사장(오른쪽)과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하드락 호텔에 마련된 하만 전시장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엑소르 이사직 배제를 시작으로 이 부회장의 해외 입지가 점차 좁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핵심 기업 CEO들과의 교류가 장기간 차단될 경우 삼성의 미래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투자와 기술 기업 M&A 등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고위 인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핵심 정보의 부재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세계 곳곳을 날아다니며 정부수반, 기업 CEO 등과의 교류를 다져왔다. 전장사업 진출과 성장 가능성이 큰 벤처기업 인수 등도 이 같은 이 부회장의 네트워크와 정보가 밑바탕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이 부회장은 주요 해외 행사에 잇달아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핵심 IT기업의 수장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으나 이 부회장은 얼굴을 비치지 못했다. 외국기업 CEO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초정장을 받은 인물은 이 부회장이 유일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지난달 중국 보아오 포럼 등에도 불참했다.
오는 5월 엑소르 이사회는 물론, 7월 미국에서 열리는 선밸리 콘퍼런스에도 참석이 힘든 상황이다. 특히 선밸리 콘퍼런스는 이 부회장이 14차례나 찾았을 만큼 큰 관심을 기울이는 행사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등 세계 IT·미디어의 최고 경영자들이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글로벌 기업 CEO들과의 교류를 통해 핵심 정보를 얻고,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의 미래전략 수립에 이 부회장이 큰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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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언팩행사에서 참석자 들이 갤럭시S8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삼성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중국의 대립’ ‘북핵 위협 확산’ 등 경영 활동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언제 어디서 돌발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총수의 빈자리가 더 크다는 것이 삼성 안팎의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계열사별 각개전투가 시작되면서 이 부회장이 추진해온 미래 먹거리 사업과 수평적 기업문화 정착 등 기업의 핵심 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 부회장 만큼 영향력 있는 국내 기업인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십 수년 동안 공들인 네트워크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삼성의 비중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의 영향력 약화는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경영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걱정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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