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 분석한 신간에서 주장
좌익은 '완전히 새로운 나라기'민중혁명 노려
   
▲ 조우석 주필
미국독립혁명 당시인 1776년 베스트셀러 <상식>을 썼던 토마스 페인을 두고 "건국 당시 미국이 보유한 최강의 무기"라고 한다. <상식>은 50쪽 분량의 정치팜플렛. 그게 수십 만 미국 시민의 마음을 흔들었고, 지구촌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의 틀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미국 건국기에 토마스 페인이 있다면, 현대한국에는 정치학자 양동안(71)이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로 있는 그야말로 국내 사상계가 보유한 최강의 무기가 맞다. 그가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으로 이어지는 위기의 한국사회 구조를 진단한 단행본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인영사)를 펴냈는데, 첫 독자인 내 판단으론 위력적이다.

책 제목부터 가슴 철렁한데, 그는 무엇보다 29년 전 명(名) 논설문 '우익은 죽었는가?'를 펴냈던 주인공이다. 6.29 선언 이후 들어선 1987년 체제이후 민주화세력-학생운동을 가장한 좌익세력의 발호를 지적한 문제의 그 글은 지난 1~2년 새 더 각광받았다.

'사상계가 보유한 최강무기' 양동안

   
▲ 양동안 교수의 신간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일테면 지난해 7월 자유경제원은 '다시 묻는다:우익은 죽었는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마련해 양 교수를 재평가했고, 그가 꿰뚫어봤던 대한민국의 적화(赤化) 가능성을 새롭게 음미했다. 유감스럽게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시절보다 더 나빠졌다는 진단이 주류였다. 좌익은 진보로, 무장 투쟁은 민주화로 포장되며 반(反)대한민국 세력이 추앙받는다.

지난해 초 통혁당 간첩 출신 신영복이 죽었을 때 그를 추모하는 범사회적  열기만도 그랬다. 그건 한국사회가 지적-도덕적으로 망가진 사회라는 걸 새삼 입증했는데, 지식사기꾼 리영희를 두고도 그러하다. <전환시대의 논리>의 저자인 그를 '우리시대 사상의 은사(恩師)'라고 떠받드는 얼척 없는 이들이 아직 수두룩하다.

양동안이야말로 한국사상계의 스승이 맞는데, 그의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읽는 건 실은 교양과 독서 행위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건 강력한 무기를 각자의 손에 쥐는 행위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광기와, 그 이후의 조기대선이란 포장만 대통령 선거일뿐이며, 실제는 전쟁이라는 걸 꿰뚫어 보고 그에 대응하는 자세를 가리켜주기 때문이다.

필자인 나의 경우 이틀 전 칼럼에서 5.9대선이 전쟁, 구체적으로 체제전쟁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정체성을 흔드는 체제변혁-민중혁명으로 넘어가느냐, 그 흐름을 끊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는데,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그 구조를 정확하게 규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느슨한 형태의 내전이 진행 중이다. 이 내전은 대한민국의 반공적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와해시키려는 세력과 수호하려는 세력 간에 전개되고 있다. 2016년 10월 하순부터 2017년 3월 초순까지 전개된 촛불집회 대 태극기집회의 대결도 이 두 세력 간에 전개된 내전의 한 양상이다"

10만 부만 팔리면 대한민국 일어선다

서문에 쓴 내용이 가슴 철렁한데, 대통령 탄핵은 '느슨한 내전'의 첫 전투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그럼 그 이후 전투는 어떻게 진행될까? 궁극의 혁명 승리와 대한민국 멸망을 겨냥한 좌익들의 전쟁은 어떻게 치러지는 것일까?

양동안 교수 예측에 따르면 내전의 두 번째 전투가 바로 지금의 대통령 선거다. 그걸 원하는대로 끌고 간 뒤에 저들은 '적폐청산' 혹은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입법 투쟁(헌법 및 법률 개정 및 제정을 둘러싼 투쟁)이라는 세 번째 전투, 그리고 대북 정책을 둘러싼 네 번째 전투를 벌인다는 것이다.

   
▲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의 새 신간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인영사)가 출간됐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자유경제원에서 열린 톤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양동안 교수(오른쪽 주번째). /사진=미디어펜

5.9대선이 체제전쟁이라서 대한민국 정체성을 흔드는 체제변혁-민중혁명으로 넘어가느냐, 그 흐름을 끊느냐가 관건이라는 내 견해와 일치된다. 좌익이 보는 이 '혁명의 만조기(滿潮期)'에서 양 교수의 책을 읽는 것은 정치적 각성을 위한 최고의 선택임을 새삼 재확인한다.

또 있다. 이 책을 보는 것은 일종의 속죄라고 나는 판단한다. 29년 전 '우익은 죽었는가?'를 썼을 때 한국사회는 양 교수를 미친 사람으로 내몰았다. 이념-사상 타령으로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식의 엉뚱한 반응이었다. 학생운동권은 물론 언론계-법조-학계가 동원돼 "피해망상증과 착란에서 비롯된 글"이라며 그를 짓밟았다.

교수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정치권에서 들려왔을 정도다. 지난 30년 내내 그래왔다. 대한민국의 의인(義人) 양동안 교수를 극우 학자라며 박해했던 게 타락한 사회 한국의 실정이었다. 그런 병든 풍토는 이젠 거의 체질이다.

소설가 이문열의 책에 대한 장례식(2001년), 논객 지만원에 대한 법원 집단폭행(2016년)등 좌익의 집단 히스테리는 명백하게 유사(類似) 적색 테러 양상인데, 그렇다면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지식사회의 달라질 반응이 사뭇 궁금하다. 토마스 페인의 <상식>이 베스트셀러였다고 아까 밝혔는데, 실은 50만 권 팔렸다고 한다.

당시론 엄청난 부수였다.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얼마나 팔릴까? 딱 10만 부만 팔리면 죽어가는 대한민국 벌떡 일어선다는 게 내 판단이다. 여의도의 얼간이 국회의원 300명, 각 대선 캠프의 정치꾼 패거리들, 제정신 아닌 신문-방송 기자들, 미래권력에 줄 대기 바쁜 고위공직자 그리고 군 장성들이 그 10만 명 안에 포함되길 나는 기대한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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