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 기자]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산 수출품에 대한 반덤핑조사를 개시하면서 한국산 철강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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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 철강업계 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철강 수입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령하는 내용의 행정각서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
21일 코트라(KOTRA)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한국 등 10개국이 수출한 보통과 특수 선재에 대한 반덤핑조사를, 이탈리아와 터키산 선재에 대해서는 상계관세조사도 개시한다.
이번 조사는 게르다우 아메리스틸 US와 누코르 코포레이션, 키스톤 통합산업, 차터스틸 등 미국 철강업체 4곳의 제소에 따른 것이다.
철강업체들은 한국 업체의 덤핑 수출로 피해를 봤다며 33.96%∼43.25%의 덤핑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해 벨라루스, 이탈리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페인, 터키, 우크라이나, 아랍에미리트(UAE), 영국 등이 조사 대상 수출국을 꼽혔다.
압연강재 가운데 조강에 속하는 제품인 선재는 단면이 둥글고 코일 모양으로 감겨 있다. 탄소량에 따라 보통선재와 특수선재로 분류되는데, 단면의 지름은 19.00mm 미만인 제품이 이번 조사 대상이 된다.
선재는 2차 제품 제조회사에 의해 철선·강선으로 가공된다. 2차 제품을 재가공하면 못·나사·철사 등을 만들 수 있다.
미국의 탄소·합금강 선재 수입국 가운데 한국은 5위를 차지하는데, 지난해 수입액은 4600만 달러로 전체 수입의 8%에 달한다.
2015년 수입액과 비교하면 22.7% 줄었지만 미국 업체들은 여전히 수입산 선재가 공정가격(국내 판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들어오고 있다며 덤핑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의 대미 선재 수출물량은 2015년 11만6901M/T(메트릭 톤), 5906만 달러, 지난해에는 9만2504M/T, 4560만 달러 규모다.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서는 수출액이 우크라이나(지난해 5502만 달러)에 이어 2번째에 해당한다.
상무부가 조사를 개시함에 따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다음 달 12일 이전까지 산업피해 관련 예비판정을 내리게 되고, 최종판정은 내년 초 이뤄질 것을 예상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외국산 철강 수입이 미국의 안보를 침해하는지를 조사하라고 상무부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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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공급과잉의 여파에도 지난해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업체의 실적은 양호했지만, 올해는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입국의 보호무역 강화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
철강 합금 수입은 이들 제품이 선박의 장갑판 등에 활용되고, 제조하는데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국가안보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발동 등 수입 제한 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장벽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만일 조사에서 안보를 침해한다는 결론이 나면, 트럼프 정부는 외국산 철강에 대해 세이프가드나 1980년대 일본 자동차 업체들에 했던 동일하게 자발적인 수출제한(VER) 조치를 통해 보호무역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잇달아 예비판정 때보다 높은 수준의 반덤핑 최종관세를 매긴 데 이어 더 강도 높은 수입규제에 나설 것을 천명하자 국내 철강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철강업계를 비롯해 학계, 정부가 국익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대응체계를 갖춰 갈수록 심화하는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강구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미국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것이 우리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라는 견해도 많다.
미국은 불리한 가용정보(AFA) 규정에 따라 반덤핑 조사대상 업체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이를 판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 조사에 성실한 대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최종 판정에서 예비판정의 최대 수십 배에 달하는 관세 폭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수입규제 수단이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주요 타깃이 된 철강업계의 주의와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초만해도 미국의 정책이 구체화하는 것을 보면서 경영전략을 짜나갈 계획이었지만, 예상보다 빨리 막무가내식으로 관세폭탄을 던지면 우리도 상당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최근 조금씩 경기가 살아나는데, 트럼프 리스크가 상승세를 가로막는 악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수입규제가 상당 부분 진행된 데다가 업계 자체적으로도 어느 정도 대비를 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