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나라가 좌편향 된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을 만들었다는 증언이 4일 관련 재판에서 나왔다.

박준우(64)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이날 열린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재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전 수석은 이날 “나라가 좌편향됐다며 김 전 실장이 좌파와 종북 단체에 대한 실제 전수 조사와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특검이 2014년 1월 박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적힌 ‘비정상의 정상화, 뿌리 뽑아 끝까지’라는 내용을 제시하며 “대통령 말을 적은 것이냐”고 묻자, 박 전 수석은 “그렇다”라고 인정했다.

박 전 수석은 이와 관련해 특검 조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좌파가 가진 문화계 권력을 되찾아야 하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좌파 척결을 한 일이 없어 나라가 비정상이 됐다’고 개탄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다음날 김 전 실장이 ‘종북세력 지원 실태를 전수조사하라’고 한 것은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인가”라고 특검이 묻자 박 전 수석은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 나라가 좌편향 된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을 만들었다는 증언이 4일 관련 재판에서 나왔다./사진=연합뉴스

다만 박 전 수석은 “박근혜정부의 국정 기조는 시종일관 ‘이념적으로 편향된 나라를 바로잡는다’였다”면서 “(대통령과 비서실장의 지시를) 구분해서 이해하진 않았지만 당연히 그런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했다.

이어 박 전 수석은 “(김 전 실장이 회의에서) 나라가 많이 좌편향돼 있다고 했다”며 “대통령을 조롱하고 정부를 비방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존심을 심하게 훼손하는 영화나 연극에 대해 바로 잡아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한편 ‘김 전 실장이 재직기간 동안 부당이득을 취한 것을 본 적이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박 전 수석은 “전혀 없었다”며 “김 실장이 공사 구분을 엄격하게 하고 늘 꼿꼿한 자세로 일하는 것에 대해 큰 감명 받았다. 김 실장의 애국심과 충성심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수석은 이어 “나름 외교관으로 투철한 국가관이 있다고 자부했는데 청와대에서 김 실장과 박 대통령을 모시며 ‘그 정도로는 약하구나’라고 느꼈다”면서 “김 실장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늘 흐트러짐이 없는 꼿꼿한 자세로 업무지시를 명쾌하게 하고, 기울어진 나라를 바로잡자는 결의를 보이는 것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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