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1조원이 걸린 소난골 드릴십(원유 시추선) 인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에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르면 9월께 협상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선박건조장 현장

대우조선해양은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2기의 인도가 연기되면서 1조원 가량의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수혈받아 유동성 위기를 넘긴 회사로서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드릴십 인도가 1순위 과제로 꼽힌다.

소난골은 천연가스와 원유가 묻힌 앙골라 앞바다를 여러 구역으로 나눠 토탈·셰브런·셸 등 글로볼 석유회사들에 개발을 맡겨 운영된다. 이 회사들이 드릴십 등을 통해 캐낸 석유개발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 구조다.

애초 인도 시점은 지난해 6월 또는 7월이었으나 국제유가 하락으로 소난골이 경영난에 처하자 완성된 드릴십이 지금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앞바다에 머물러 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유동성 위기가 심화됐고, 결국 채권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들의 채무 재조정을 거쳐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지원받는 결과를 낳았다.

대우조선해양과 소난골의 협상은 지난해 8월 이후 거의 진척이 없는 상태로, 당시 드릴십 인도대금의 약 80%에 해당하는 8억3000만달러를 먼저 받고 나머지는 주식으로 받기로 한 뒤 세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로선 대우조선해양과 소난골의 협상은 올해 3분기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난골이 운영하는 석유 시추 광구 중 한 곳의 계약이 올해 9월 만료돼서다.

이에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 산업은행은 이르면 올해 9월께 소난골에 드릴십 1기를 인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협상에 만정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에도 드릴십을 인도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오는 7월(3000억원)과 11월(2000억원)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막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난골 드릴십 인도 문제가 잘 풀리면 유동성이 바닥나는 시점을 뒤로 미뤄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 하반기부터 수주가 회복되면 대우조선해양 회생을 위한 선순환 구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