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문재인 정부가 본격 출범한 가운데 경제부문에서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산업계는 공급 과잉 업종인 조선, 해운, 철강, 유화 등 4개 업종을 놓고 문재인 정부가 구조조정 방향을 어떻게 잡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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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6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용광로 앞에서 공장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이전 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나 공약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관련 업계는 고용 안정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합리적인 컨트롤타워부터 명확하게 세워야 아직 갈 길이 먼 조선, 해운, 철강, 유화 등 산업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표면상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괄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라는 컨트롤타워가 있었으나, 실제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정교한 구조조정안이 나오지 않고, 정부 부처 간 갈등만 밖으로 불거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1년간 진행된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불거진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을 해소해야만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전 박근혜 정부가 본격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의제를 꺼내 든 것은 2015년 하반기였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면서 경기 부진이 길어지자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크게 늘었다.
이에 정부는 2015년 10월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5대 취약업종을 선정하고 구조조정을 벌이기로 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조선업의 경우 전반적 공급 과잉 문제를 풀기 위해 몸집 줄이기를 추진하고, 해운업의 경우 개별 회사의 유동성 문제는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업종별 구조조정 기본방향을 내놨다.
지난해 4월에는 각 산업을 경기민감업종, 상시구조조정 업종, 공급과잉업종 등 3가지로 분류한 '구조조정 3트랙'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본격화 한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격화한 것은 지난해 5월 구조조정 실탄 마련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모색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 등 각 기관의 입장이 달라 진통을 겪으면서 결국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는 발권력 동원 논란만 낳은 채 사실상 물거품 무용지물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후 정부는 2016년 6월 유일호 부총리가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신설, 구조조정과 관련한 굵직한 의사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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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 근로자들의 모습 |
하지만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은 지난해 8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과정에서 또다시 불거졌다.
금융위는 금융 측면에서, 해운업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산업 측면에서 구조조정에 접근해온 가운데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맞았다.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어느 정부 부처도 피해 예상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으며, 한진해운 소속 선박이 몇 척이나 바다에 떠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한진해운의 배가 억류되고 입항·하역 거부 사태가 벌어지는 등 물류 대란이 일어나고서야 9개 부처가 참여하는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행(行)이 결정된 지 닷새가 지난 이후였다.
여러 정부 부처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구조조정을 컨트롤타워가 총괄 지휘하지 못하는 현상은 조선업 구조조정을 둘러싸고도 그대로 지속됐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대우조해양을 정리하지 않고 '조선 빅3'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빅2' 쪽에 무게를 실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빅3' 유지를 원한 금융위원회 사이에 이견이 불거졌다.
최근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도 손을 놓을 놓고 말은 아끼는 수준에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원칙 있는 구조조정을 통해 대우조선해양과 조선산업을 반드시 살려낼 것"이라고 밝힌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출범을 시작한 문재인 정부가 우선 범정부적 컨트롤타워와 상시적 구조조정 체계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정부가 조선업 판도를 바라보는 산업적 통찰력과 전략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민연금 등 이해관계자들의 동참을 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한 국책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해운·조선업 등 산업에 대한 정부의 연구·조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우선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부터 바로 세운 뒤 대우조선해양 등의 구조조정 과정을 되짚어보고, 어떤 식으로 끌고 나갈지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