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임기를 시작하고 10~11일 단행한 청와대 핵심 참모 첫 인선에 그만의 국정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마디로 ‘비(非)’로 표현되는 파격적인 측면이 강한데다 개혁과 소통을 강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첫날 국무총리, 국정원장 인선과 함께 발표된 임종석 비서실장은 ‘비 노무현’계 인사로 분류된다. 대선기간 문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무부시장을 지낸 탓에 오히려 ‘박원순 라인’으로 인식돼온 측면도 크다.
‘비노’에 ‘소장파’인데다가 과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복역한 전력이 있는 소위 ‘운동권’ 출신인 탓인지 당내 일각에서도 임 실장 인선에 대해 반대의견이 있었다는 후문도 있다.
비서실장 하마평에도 오르지 않았던 임 비서실장이 임명되면서 청와대는 소장파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 실장의 나이는 51세로 이명박 정부의 류우익 전 실장과 노무현 정부의 문희상 전 실장도 취임 당시 각각 58세였다.
임 실장은 임명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자주 쓰는 말 중 ‘기회는 균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며 “항상 정의롭고 따뜻한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성심껏 모시겠다. 그렇게 하되 중요한 것은 격의없이 토론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또 “청와대 비서실하면 비밀이 많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더라”며 “투명하고, 소통하는 이 두가지 원칙을 갖고 운영하겠다. 특히 언론과 잘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민심을 파악하고, 공직사회의 기강 관련 업무보좌 외에도 법무부·검찰 등 사정기관에 대해 관할하는 민정수석은 이전 정권에서는 검찰 출신 인사들이 독점해온 자리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11일 이 자리에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를 임명했다.
문 대통령의 조국 민정수석 임명은 바로 ‘검찰개혁’의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비법조인으로서 검찰 기수에서 자유로운 조 수석은 진보 성향 법학자이다. 그동안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법무부 검찰인권평가위원 등을 지내면서 사법감시 역할도 해왔으므로 전문성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조 수석은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도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제대로 사용했으면 최순실게이트를 초기에 예방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문 대통령의 확고한 철학이고, 구상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구상과 계획을 충실히 보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수석은 “공직비리수사처 신설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있었던 이야기다. 문 대통령의 공약이자 소신이기도 하다”면서 “하지만 공수처 신설 법안 제정은 민정수석이 아닌 국회의 권한이다. 법을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은 (공수처 신설에 대한) 소신이 있지만, 어떻게 통과시킬 것인지의 문제는 국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선거기간동안 여러 차례 검찰개혁 의지를 다져왔다. 전날 취임선서식에서도 그는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 장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여성을 인사수석비서관에 임명한 것도 꽤 파격적으로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인사수석은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졌다가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됐고, 박근혜 정부에서 잇따른 총리 후보자 낙마 사태가 벌어지면서 2014년 6월 부활됐다.
따라서 여성이 인사수석 자리에 오른 것은 그만큼 상징하는 바가 크다. 문 대통령이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구성하고 단계적으로 ‘동수 내각’을 실현하겠다‘했던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는 첫걸음으로도 해석된다. 현재 이화여대 교수인 조 수석은 문재인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성평등본부 부본부장을 역임했다.
| |
 |
|
|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오찬을 갖은 후 청와대 소공원에서 산책하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왼쪽부터), 권혁기 춘추관장, 문재인 대통령, 이정도 총무비서관, 조현옥 인사수석,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일정총괄팀장, 윤영찬 홍보수석, 임종석 비서실장./사진=연합뉴스 |
다음, 총무비서관 자리에 이정도 기재부 국장을 임명한 것은 이례적이면서도 ‘개혁’의 최고점으로 평가된다. 총무비서관은 인사와 재정을 총괄하는 자리여서 대통령의 최측근을 앉혀왔던 관례를 깬 것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총무비서관의 역할을 예산정책 전문 행정공무원에게 맡김으로써 철저하게 시스템과 원칙에 따라 운용하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무비서관 하면 박근혜 정부에서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한 사람인 이재만 전 비서관을 떠올리기 쉽다. 따라서 이번 인사 직전까지도 문 대통령의 측근인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이 총무비서관 하마평에 오른 일이 있다.
언론인 출신인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을 홍보수석에 임명한 것은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보수석 자리가 대 언론 접촉으로 대통령의 핵심 국정철학을 국민에게 왜곡없이 전달해야 하는 핵심 요직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소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고, 윤 수석은 ‘프레스 프렌들리’(언론친화적) 인물로 여겨지는 만큼 대통령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선 발표를 맡은 임 비서실장은 “윤 수석은 폭넓은 언론계 인맥을 바탕으로 많은 언론인과 대화하고 이를 통해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국정현안에 대한 언론의 이해를 얻어내는 역할을 능히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미디어 전문가로서 일방적 홍보가 아닌 쌍방형 소통의 대화와 공감의 새로운 국정홍보방식을 구현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