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도시 구석구석 어디든 지하도나 육교만 있고 횡단보도가 없다면 편하게 걷기 힘들다. 휠체어와 유모차, 무거운 짐을 든 사람들이 막힘없이 걸어야 도시는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기 마련이다.
작년부터 주요 도심지의 보행축을 잇고 횡단보도 증설을 통해 이를 세밀하게 연결하고 있는 서울시는 자동차 중심의 메가시티에서 '걷는 도시'로 탈바꿈 중이다.
서울시민 대다수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보행자인 것을 감안하면, 서울시의 이러한 조치는 시민들의 '모세혈관' 동선까지 골고루 피가 돌게 하려는 접근성 확보-인간 친화적 정책이다.
서울시는 구체적으로 종로구·중구 등 도심을 중심으로 'ㄴ'자·'ㄷ'자형 교차로의 모든 방향에 횡단보도를 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 11일 광화문 교차로 서쪽에 횡단보도를 놓았고 연말까지 창의문 앞 교차로·종로구청 입구 등 8곳에 횡단보도를 신설할 계획이다.
작년에는 환구단∼서울광장·시청∼서울시의회·북창동∼삼성본관 등 16곳에 횡단보도를 새로 놓았다.
서울시의 보행자 우선 정책은 시조직에서부터 출발한다. 도시교통본부 하에 보행친화기획관을 두고 보행정책과에서 실무를 보고 있다.
'걷는 도시, 서울'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시민위원회를 운영‧관리하고 있으며, 서울로 7017과 종로 및 동남권역 보행활성화 등 지역별 보행로 조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세종대로·덕수궁길·청계천로·DDP 앞 장충단로 등 4곳에서 보행전용거리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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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는 현재 종로구·중구 등 도심을 중심으로 'ㄴ'자·'ㄷ'자형 교차로의 모든 방향에 횡단보도를 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사진=서울시 제공 |
이러한 서울시의 정책 방향은 2014년 설문조사에서부터 시작했다. 당시 국토교통부가 낸 '2014년 교통약자 이동편의실태조사'에서 서울시의 교통약자는 전체 1010만 명 중 22.4%인 227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교통약자는 개선이 시급한 이동편의시설로 보행시설(53.1%)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교통수단(27.1%)이 그 뒤를 이었다.
교통수단 중에는 버스(43.4%)가 가장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지하철(23.1%)과 장애인 택시(9.3%)가 많이 꼽혔다.
서울시는 이러한 시민들의 실수요를 감안하여 2016년부터 본격적인 보행로 친화 조치를 잇달아 시작했다.
작년 7월에는 보행권 보장을 위해 조례를 개정해 노점크기를 줄이고 디자인을 개선했다. 걷는문화의 확산을 위해 매달 11일을 '걸어서 출근하는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걷는 도시, 서울'의 핵심사업으로 작년 초부터 전격 시행한 것은 '생활권 도로다이어트' 사업이다.
이는 7km에 달하는 차량공간을 줄이고 보행공간으로 환원해 보행자 중심의 도로 공간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시는 이를 위해 작년 초 각 자치구와 협업시스템을 구축해 총19개 자치구 20개소에서 사업 대상지를 발굴하고 '생활권 도로다이어트'를 시행했다.
시는 25개 자치구의 사업제안 중 지속적인 보행불편 민원을 해결해 개선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20개 지점에 대해 지역주민의 의견을 기초로 사업비와 타당성을 검토했다.
시는 작년 81억 3300만원의 예산을 각 구에 지원해 기본적으로 차도 축소와 보도 신설을 가능케 했다.
이와 더불어 고원식 횡단보도 및 교차로 설치, 보행자 안전을 위한 CCTV 설치 등 보도가 매우 협소해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되는 상황을 개선하는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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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시장 또한 보행친화도시 서울, 걷는 도시 서울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사진=미디어펜 |
지난달 20일 국내에 첫선을 보인 도심지 공중 보행로인 '서울로 7017'은 서울시 '걷는 도시, 서울' 사업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1970년대 산업화 유산인 서울역 고가도로가 철거 위기를 딛고 공중보행길 형태의 '서울로 7017'이란 도심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2015년 12월13일 0시를 기점으로 서울역 고가도로에 대한 차량 통제가 실시됐고, 이후 525일간의 공사 끝에 D등급 다리는 보행 가능한 B등급 다리로 변모했다.
완공된 서울로 7017은 현재 퇴계로와 남대문시장, 회현동 및 숭례문, 한양도성, 세종대로, 공항터미널, 청파동과 만리동, 손기정공원에서 서소문공원 등 각지를 연결해 더욱 많은 보행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서울로 7017 보행도시로 도약하는 도시' 심포지엄에서 "사람을 우선하는 걷는 도시 서울 만들기에 애쓰겠다"며 "선진 보행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서울시는 오는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종묘∼세운상가∼남산공원을 지상 보행길로 잇는 남북 보행축 프로젝트를 지난 1일 가동했다.
이날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를 재생하는 '다시·세운 프로젝트' 2단계 구간인 삼풍상가∼진양상가∼남산순환로 1.7㎞ 구간에 대한 국제 공모전 당선작을 발표하면서, 세운상가군 데크와 공중보행교 주변의 공공공간을 재정비해 보행환경을 개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는 이와 더불어 주변 지역과 연계해 북악산부터 종묘, 종묘에서 세운상가 및 남산까지 잇는 남북 보행축을 완성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원순 시장 또한 보행친화도시 서울, 걷는 도시 서울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서울을 사람의 도시로 바꾸기 위해 애쓰는 시정책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주목되고 있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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