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지난 2일 제주시 소재 토종닭 농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신고가 들어온 이후 시작된 AI사태는 지난 12일 정부의 전면유통금지 조치를 고비로 11일부터 5일째 의심신고 제로(0) 행진을 이어가며 확산세가 주춤한 모양새다.

향후 AI에 대한 단기적 대책으로 백신 도입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근본적으로는 방역체계를 갖추지 않은 오골계-토종닭 등 소규모 농장에 대한 시스템 구축이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불거진 현상은 AI의 토착화다.

고온과 습도에 약해 겨울과 초봄에 걸쳐 창궐했다가 여름이 가까워지면 소멸해온 전례와 달리, 지난 2014년 최초로 '여름 AI'가 발생하면서 기존 전례를 깬 이후 올 6월 재차 전국을 강타했다.

작년 11월16일 발생 후 6개월을 끌어오면서 농가는 물론 경제사회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끼친 AI는 지난달 13일 전북 익산 방역지역의 이동제한 해제를 마지막으로 전국의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되었으나, 한달도 지나지 않아 또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에 대해 "1~2년 주기로 발생하던 AI가 2014년부터 연례행사처럼 발생한다"며 "철새에 의한 바이러스가 닭이나 오리에 잠복했다가 다른 가금류로 옮겨가는 '순환 감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AI방역대책으로 생닭, 오리 등 전국 가금류에 대한 전면적인 유통금지는 오는 25일 24시까지다./사진=연합뉴스

AI 토착화로 인한 피해는 막심하다.

작년 11월부터 6개월간 살처분된 가금류는 3787만 마리로 전국 가금류 중 20%에 달했다. 이번에도 AI발생 7일만에 18만2000마리가 살처분됐다.

닭과 계란값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보이지 않는' 경제적 부담 또한 가중됐다. 작년 AI 창궐 전 계란 30개(한판) 평균가격은 5000원대였으나 현재는 1만원 안팎까지 올랐다. 반년 만에 계란 값은 2배로 치솟았고 생활물가 상승에 한몫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바이러스 변종의 토착화를 엄중히 보고 이번 AI 재발사태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고, 농축산부는 해가 거듭될수록 지속기간이 길어지고 확산속도도 빨라지는 AI 바이러스에 관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생닭, 오리 등 전국 가금류에 대한 전면적인 유통금지는 오는 25일 24시까지다. 향후 AI의 상시발생을 염두에 둔 근원적인 예방 및 방역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 AI는 작년 11월16일 발생 후 6개월을 끌어오면서 농가는 물론 경제사회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사진=연합뉴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4월 방역 개선대책을 마련했으나 법 개정 등 여건상 시행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 방지를 감안해 기존 AI대응 매뉴얼과 지난 4월에 마련한 가축전염병 대책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전북도의 방역당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가축 면역 증강제를 농가에 지원한 5년 동안 AI 및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인접국인 일본 중국의 백신도입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그에 따른 부작용과 효과 등 국내 AI사례에 대한 유불리를 속히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백신 접종과 더불어 주목해야할 점은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이번 AI가 체계적인 방역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오골계나 토종닭 등 소규모 농장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교모 농가라도 잠복해있던 AI 바이러스가 상시발생할 것을 전제로 하여,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소독설비와 축산법 시설기자재를 구비하고 방역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농축산부는 이번 AI사태를 계기로 전담공무원제 등 소규모·취약농가에 대한 강화된 방역 조치를 실시했고, 신고 은폐나 신고를 지연한 농가에 대해 가축전염병예방법령에 따라 고발하는 제제조치를 취했다.

소규모 농가에 대한 방역체계 구축에 필요하다면, 정부가 향후 각 가금 사육농가와 계열화사업자 등 AI살처분 이해관계자에게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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