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사건 연루 총수 배제명분 타총수와 형평성안맞아, 지배구조 낙하산유혹 접어야
   
▲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대한상의가 문재인대통령의 방미에 수행할 경제인명단 50명을 발표하면서 사족을 단 게 눈에 띈다.

수행기업인을 확정하는 심사위원회의 심사과정에서 권오준 포스코회장과 황창규 KT회장은 제외했다는 것이다. 재계에선 청와대의 의중이 실린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포스코측은 한미간 철강통상분쟁이 커지는 상황에서 권회장의 수행단 제외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다. 권회장은 당초 방미에 기대감을 가졌다. 그는 최근 철의날 행사장에서 상의로부터 수행경제인단에 참여해달라는 초청장을 받았다고 했다. 한미경제 협력 강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철강업계는 미국 통상당국으로부터 대규모 관세폭탄을 맞고 크나큰 시름에 잠겨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의  대미수출은 거의 중단상태에 있다. 한국철강협회 회장을 겸직하는 권회장은 방미 수행을 통해 철강분쟁을 해결하는 중요한 성과를 거뒀으면 하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철강업계도 권회장이 철강분쟁을 해결했다는 낭보를 가져오길 기대했다.

권회장의 방미 제외로 철강업계의 최대이슈인 미국의 철강제품 관세보복 완화방안은 당분간 요원해졌다.

황창규 KT회장도 석연찮은 이유로 제외됐다. 황회장은 미국내 중요 비즈니스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방미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한다. 보스턴시에 기가인터넷시범망을 구축하는 데 관심이 있는 정도였다고 한다. KT실무진은 수행기업 가운데 가장 간단하게 관련자료를 제출했다.

일각에선 황회장이 동행하길 원했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룹은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KT는 역대대통령의 해외순방에 거의 수행하지 않았다. 유일하게황회장이 박근혜전대통령의 이란 방문시 한국전력과 함께 검침사업 협력을 위해 동행했다. 

   
▲ 문재인이 한미정상회담에 수행하는 재계인사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글로벌그룹총수가 별로 없고, 포스코와 KT회장은 당초 명단에 포함됐다가 심사과정에서 빠졌다. 정권이 민영화된 두 기업에 대해 여전히 정권의 전리품으로 간주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연합뉴스

상의나 청와대측은 비공식으로 불법, 탈법기업의 최고경영자는 방미수행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굳이 안해도 될 불편한 설명을 해서 해당기업을 곤혹스럽게 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진보정권의 선명성과 정의감을 강조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두 회사 모두 철강과 IT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외국투자자와 경쟁기업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예의주시할 것이다. 

권회장과 황회장 모두 최순실국정농단사건으로 수난과 곤욕을 치렀다. 최순실게이트의 희생자다. 권회장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과 광고대행사 포레카 매각문제로 두차례나 검찰과 특검에 소환됐다.

포스코는 재단 출연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금감원 닷트시스템에 출연사실을 공시했다. 이사회등을 거쳐 재단 출연을 투명하게 처리했다. 포레카도 중소기업에 매각해서 특혜의혹 시비를 해소했다.
대통령의 파면까지 초래한 재단출연 의혹에서 포스코는 투자자와 국민들에게 출연사실을 알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황회장도 최순실-박근혜 전대통령의 KT 인사청탁 의혹과 관련해 법정에 출두해 진술했다. 박근혜정부의 비합리적인 낙하산인사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진술을 했다. 용감하고 소신있는 발언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T는 내년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최초로 5G를 상용화하는 중요한 현안을 앞두고 있다. 통신강국의 미래가 걸린 이슈다. 5G상용화가 성공해야 글로벌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선도할 수 있다. 기업과 정부가 적극 협력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한미정상회담에 동행하는 재계인사들은 한미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기회로 활용했다. 역대 대통령의 방미 때마다 유력정치인과 정부고위인사, 미국의 대표기업 최고경영자들과 활발한 접촉을 했다. 한미동맹은 안보와 경제분야의 협력강화로 꽃을 피운다. 재계는 경제분야의 한미협력강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다.

한미정상회담 때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그룹 총수들이 총망라됐다. 박근혜전대통령의 임기후반기 방미 땐 160여명의 재계인사가 수행했다. 경제인의 수행단이 많을수록 한미동맹이 공고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노무현 전대통령 시절 한미는 불편했다. 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 미선양 갈등 확대와 전시작전권의 조기 회수, 동북아균형자론에 입각한 한중관계 중시 등으로 한미간 갈등이 형성됐다. 양국 갈등이 고조됐을 때, 재계총수들이 막후에서 실타래를 풀었다. 이건희 삼성회장, 김승연 한화회장, 조양호 한진회장, 조석래 효성회장, 유진 풍산회장 등 미국조야의 친한파와 접촉했다.

총수들은 노무현-부시행정부간 갈등을 풀고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노대통령은 임기말 한미FTA를 타결했다. 반미자주파 등 지지세력의 반발을 무릅쓰고 한국의 경제영토를 넓히는 데 결단을 내렸다.      

재계는 이번 수행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트럼프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통상보복과 한미FTA재협상 갈등 조율,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 해소 등 민감한 이슈들이 해결되는 전기가 되길 고대하고 있다.

   
▲ 권오준 포스코회장은 방미수행시 미국의 무리한 관세폭탄을 해결하는 중요한 전기로 삼으려 했다. 미국 통상당국자들과 만나 철강 통상분쟁을 풀 절호의 기회였다. 철강협회장을 겸하고 있는 권회장과 포스코는 수행제외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다. 제프 이멜트(왼쪽) 전GE회장을 만나고 있는 권회장. /포스코 제공

문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간 경제분쟁을 풀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워싱턴행은 결코 꽃길이 아니다. 대통령으로서 국익을 위해 경제 통상 산업분쟁을 해결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철강분쟁이 심각한데도, 포스코회장을 배제한 것은 편협하다는 인식을 준다.  세일즈외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걱정된다.

트럼프행정부는 한국산 세탁기 철강 알루미늄 태양광전지및 패널등에 대한 반덩핌 제소,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과정에서 한미FTA는 끔찍한 협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일자리를 빼앗는 협정이라고 했다. 재협상 내지 폐기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경제인들은 이번 방미를 통해 한미FTA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미국 조야에 알리는 데 힘쓸 예정이다. 트럼프의 한미FTA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교정하는 데 전력투구할 예정이다. 통상갈등을 풀어가고, 사물자동화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등 4차산업분야의 양국 협력을 제고하는데도 중요한 전기가 된다. 만료된 한미 통화스와프도 재개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문대통령은 트럼프대통령과 사드논란 해소와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 대응방안, 대북제재와 대화병행 문제, 안보이슈의 조율에 중점을 둔다고 한다. 사드배치 지연으로 트럼프행정부와 미의회가 심각한 불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정상회담에서의 안보협력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제분야는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역대대통령은 정상회담시 안보와 경제협력 강화 등 투트랙으로 갔다. 트럼프 특유의 어법과 협상가 기질을 감안하면 미국 조야에 막강한 인맥을 구축한 글로벌그룹 총수들의 방미 수행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순실-박근혜국정농단 여파로 한미재계회의를 주도해온 전경련은 적폐대상으로 찍혀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은 회원사에서 탈퇴했다. 전경련은 사실상 기능 정지상태다.  대한상의가 방미수행단 구성을 주도하고 있다. 중견 중소기업들이 회원사로 있는 상의가 주관하다보니 글로벌그룹총수들이 대거 제외됐다. 중량감이 훨씬 떨어진다. 

   
▲ 황창규 KT회장은 당초 미국 방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에 중요한 비즈니스가 없기 때문이다. /KT제공

트럼프의 불만을 잠재우기위해선 대기업총수의 수행이 필요하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글로벌기업들 총수가 가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자동차 전자 반도체 등 주력사업의 투자 확대와 셰일가스 수입확대, 비행기 구매 등은 트럼프를 만족시킬 것이다. 한미FTA 재협상, 통상보복등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카드다. 

삼성은 사우스캐롤라이나지역에 대규모 전자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현대차는 알라배마와 조지아주등에 대한 생산라인 확대, SK는 에너지 수입 확대등을 준비중이다.
이는 사드로 불편해진 한미정상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삼성은 이재용 전자 부회장이 수감중이어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한다. 이부회장이 예기치 않은 재판만 받지 않았다면, 한미정상회담을 빛낼 최고의 총수가 됐을 것이다. 트럼프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트위터를 통해 삼성이 미국에 투자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세계최고의 IT및 전자기업이 대규모 추가 투자하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현대차도 고령의 정몽구회장 대신 정의선 부회장이 수행한다. 4대그룹 총수 중 SK 최태원 회장이 유일하게 동행하는 게 눈의 띈다. LG는 구본준 부회장이 비행기에 탑승한다.      

청와대가 수행기업인을 살생부 다루듯이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국정농단사건에 연루된 기업인을 배제했다는 것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 수행단에 포함된 글로벌그룹 총수와 전문 경영자들도 대부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했다.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포스코와 KT총수만 배제된 것이 주목된다.

문재인정부도 포스코와 KT를 여전히 공기업으로 간주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캠프인사나 코드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특정인사의 수행배제가 정치적 포석이 있다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포스코와 KT는 공기업이 아니다. 정부지분이 한주도 없다. 100% 민간기업이다. 최고경영자의 임기와 지배구조는 주주에 맡겨야 한다.

권오준회장과 황창규 회장은 최근 주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사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둘 다 회장추천위원회에서 경영실적과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이번에도 정권교체기 인위적인 지배구조 개편이란 흑역사가 발생하면 장기적인 경쟁력강화는 힘들어진다.

구태의연한 낙하산 유혹은 접어야 한다. 지배구조와 회장 거취문제는 국내외 주주들과 이사진에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 문재인정권이 대선캠프인사의 낙하산용으로 두 기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심각한 후폭풍을 몰고 온다.

최순실사건이후 정경유착을 개혁하겠다는 새정부가 민간기업에 대해 무리한 지배구조 간섭과 개입을 강행할 경우 국민과 언론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아프리카와 동남아식의 후진적 행태를 보이지 말아야 한다. /이의춘 미디어펜 대표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