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증권사 미래에셋대우가 네이버와 양사 자사주 5000억원씩을 매입하며 디지털 금융에 드라이브를 걸어 업계 화제가 되고 있다. 진작부터 구글을 ‘업계 최대 경쟁자’로 지목해온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야심찬 투자가 네이버와 어떤 시너지를 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미래에셋대우는 이날 개장 전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네이버 자사주 56만 3063주(1.71%)를 4999억 9994만원에 매입했다. 네이버 역시 같은 조건으로 5000억원 규모의 미래에셋대우 자사주 4739만 3634주(7.11%)를 취득했다. 두 회사는 이번에 매입한 주식을 수년간 보유하기로 상호 합의했다.

   
▲ 사진=연합뉴스


양사의 자사주 상호매입은 ‘빅데이터’와 ‘금융’이 만난 전략적 제휴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최고의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네이버가 금융사에 투자한 것은 처음이며 투자 규모 또한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이다.

두 회사는 이미 작년 12월 1000억원 규모의 신성장투자조합을 결성하면서부터 접점을 만들어 왔다. 신성장투자조합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관련 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지분 투자 역시 ‘미래 디지털금융’이라는 테마로 일맥상통한다.

박현주 회장은 이미 진작부터 디지털금융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구글을 “업계 최대 경쟁자”로 지목하며 디지털금융에 대한 준비를 강조했던 것도 박현주 회장이었다. 

지난 1월 금융감독원에 온라인 간편결제, 간편송금기능을 제공하는 사업자 신고를 마친 구글은 오는 8월부터 모바일 결제서비스 ‘안드로이드페이’ 서비스를 국내에서 시작한다. 국내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미 모바일 결제시장을 선점하긴 했지만 워낙 전 세계적인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인만큼 구글의 금융서비스가 시장에 던질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 IT기업인 네이버와 대형증권사로 성큼 도약한 미래에셋대우의 이번 제휴는 국내 업체들끼리의 연합전선으로 새로운 개념의 금융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네이버의 AI 기술, 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구현될 네트워크효과 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울러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이 6조 7000억원에서 7조원으로 늘어나는 부수효과도 갖게 됐다.

김대환 미래에셋대우 경영혁신부문 대표는 "네이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금융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양사의 이번 협력이 금융소비자와 투자자, 관련 업계에 긍정적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벤처 창업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향후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에셋대우의 전방위적 투자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작년부터 “향후 10년간 매년 1조원씩 벤처기업에 투자할 것”이라는 박현주 회장의 말도 실혈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미래에셋은 올해 들어 셀트리온·GS리테일과 각각 1500억원, 1000억원 규모의 매칭펀드 조성계획을 발표하며 화제를 만들어 왔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