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20% 감소로 업계 실적 빨간불
정유·화학사, 신성장동력·M&A 집중
[미디어펜=최주영 기자]국제유가가 올 들어 20% 가량 급락하면서 국내 정유·화학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유가 하락이 장기적으로 계속될 경우 업계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넥슬렌 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7월물 가격은 0.37% 오른 43.38달러로 마쳤다. 소폭 반등했지만 하락 국면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일시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이달 초까지 50달러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던 국제유가가 최근 10% 가량 빠졌다.

급기야 시장에서는 내년 유가가 배럴당 3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유가가 하락 추세에 있으며 향후 3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유업계의 경우 유가가 급락하기라도 하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실제 유가가 49% 급락한 2014년 하반기 정유업계 실적은 크게 곤두박질 쳤다. 

유가가 지난해 하반기에도 30% 후반대의 낙폭을 기록한 만큼 올 하반기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하락폭보다 수요·공급에 따른 정제마진이 실적에 영향이 크다”면서도 “유가가 급락하면 실적에 타격이 있는 만큼 더 내려가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증권사들은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이 올해 2분기에 각각 7953억원과 3647억원의 흑자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가 이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OIL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컨센서스는 지난 4월 4207억에 이어 5월 3992억원, 6월 3625억원으로 낮아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최근 집계한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7948억원으로 4월 8678억, 5월 8445억원에 이어 연속으로 낮아졌다. GS는 2분기 영업익 컨센서스가 4837억원으로 4~5월에 제시됐던 5000억원대가 무너졌다. 

화학업계 역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력사업인 석유화학제품 판매가 부진해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올 2분기 롯데케미칼은 786억원에서 920억원의 영업이익을, 한화케미칼은 586억원에서 6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분기 400억원대로 전년 동기대비 50%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공급 문제로 유가 하락이 정유·석유화학 업체의 마진 개선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반기 들어 유가와 정제마진이 회복하면 전 사업부문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석 달간 유가가 많이 내렸고 반등 여부도 불확실하나 급격히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가 하락세를 멈추면 원가 부담 요인이 줄면서 정유·화학사들의 실적도 3분기 이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최근 업계가 주력사업 외에 고부가 가치 생산에 집중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파트너링 및 M&A'를 강화하는 등 외연을 확장하고 있어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정유·화학사업에서 시장 의존적인 수익구조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정체된 회사'라는 인식을 떨쳐낼 수 없다"면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과 합작, M&A 등 다양한 형태의 '구조적 혁신'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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