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분서주 바쁜 대외 활동 행보…회사 경영 '뒷전'
마케팅 실패로 판매부진, 내우외환에 철수설까지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올해로 2년째를 맞이한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의 경영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판매 부진이 계속되고 한국철수설이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외부직에 지나치게 치중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 사진=미디어펜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임스 김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방문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 사장이 현재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을 맡고 있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제임스 김 사장이 대외활동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최고경영자(CEO)로서 회사경영은 등한시 하면서 한국지엠을 더욱 위기로 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실적 부진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지엠 내부는 물론 완성차 업계에서도 제임스 김 사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분위기다.

제임스 김 사장은 지난달 한해 중요한 목표와 계획을 발표하는 사내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민간외교의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당시 제임스 김 사장은 워싱턴을 방문해 백악관과 의회 고위 관료 등을 만나는 '도어녹'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제임스 김 사장은 올 뉴 말리부 신차발표회장에서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등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의외의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며 CEO로서 다양한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올 뉴 말리부의 출시 행사 이외에 특별히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없이 대외활동만 이어가고 있다. 

올 뉴 크루즈 출시 당시 제임스 김 사장은 신차를 소개하며 “올 뉴 크루즈는 C세그먼트(준중형) 차량이지만 넉넉한 실내, 디자인, 편의사양, 안전 등에서 세그먼트의 한계를 뛰어넘어 D세그먼트(중형)와도 경쟁할 수 있는 프리미엄 콤팩트 세단”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제임스 김 사장의 포부와 달리 올 뉴 크루즈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초반 가격정책의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김 사장은 급하게 저렴한 가격의 트림을 출시했지만 이마저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올 뉴 크루즈의 저조한 성적에 한국지엠은 마케팅 실패라는 지적을 받으며 제임스 김 사장의 경영능력 문제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또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한국지엠의 수출 물량은 17만4053대로 전년대비 5.3% 감소했고 5월 한 달 수출 물량 역시 지난해 5월보다 10%나 줄어들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본사인 제너럴모터스가 유럽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면서 유럽시장 수출물량을 담당해온 한국지엠의 수출이 급감했고 이는 실적 부진으로 직결됐다. 암참 회장직을 역임하며 대외 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이지만 정작 지엠본사와 물량조율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아울러 특별할 신차가 없이 기존 완성차 라인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한국지엠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타 브랜드의 경우 새로운 차종을 통한 틈새시장의 볼륨 확대를 노리고 있는 반면 한국지엠은 초창기 라인업을 유지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미 노후화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의 경우 글로벌 지엠에서는 다양한 신차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한국지엠은 특별한 신차가 없다. 노조와 본사의 입장차이가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지만 비슷한 상황인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꾸준히 신차 라인업 도입을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결국 대외활동에만 집중하는 제임스 김 사장의 행보와 맞물려 일부에선 한국지엠의 국내 철수 설까지 나오고 있다. 

   
▲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올 뉴 크루즈 생산라인 /연합

지난달 한국지엠은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수요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고한 바 있다. 사무직은 비정기적으로 신청을 받아왔지만 범위가 생산직까지 확대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올란도’와 ‘올 뉴 크루즈’를 생산하고 있는 군산공장을 단계적으로 폐쇄할 것이이라는 이야기까지 나돌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배경에는 최근 악화된 실적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5300억원의 적자를 내며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적자 폭은 감소했지만 3년간의 영업손실로 자기자본이 87억원으로 줄었다. 더욱이 지엠의 유럽시장 철수로 ‘스파크’와 ‘트랙스’ 수출이 막힌 상황이어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산업은행이 고용안정을 위해 지엠에 채워놓은 고삐도 사라질 예정이다. 지난 2010년 산은은 지엠과의 특별 협약을 통해 한국지엠의 자산 5% 이상을 매각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고 이 특별결의거부권은 오는 10월에 종료 된다.

따라서 한국지엠의 국내 철수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시장의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시장에서 볼륨을 유지하기 위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한국지엠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것이 한국지엠과 제임스 김 사장의 역량에 업계가 의문을 품는 이유다.

이 외에도 제임스 김 사장은 지난해 이슈가 채용비리 문제로 윤리경영에도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시 김 사장은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좋지 않은 회사 사정에도 타사보다 높은 임금협상 결과로 대처보다 무마에 신경을 썼다는 지적을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임스 김 사장이 이번 한국지엠의 위기 상황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할 경우 경영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셈"이라며 "완성차업계 외부에서 발탁된 CEO라는 점에서 리더십의 부족이라는 평가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