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백년대계 전문가배제 산업경쟁력 미래먹거리 심각 부작용, 국민동의 수렴 필수
   
▲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에너지 백년대계를 시민들의 판단에 맡기는 희한한 정책프로세스가 이뤄지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같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에너지정책을 시민배심원단이 결정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대선공약대로 진보성향 NGO(비정부기구)들의 편향된 반핵운동을 정당화시켜주려는 꼼수로 풀이된다. 정권에 돌아올 부담과 비판을 시민배심원단에게 전가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한다.  

문재인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를 통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운명을 시민배심원단의 결정에 맡기로 의결했다. 형사재판에서 배심원제도는 한국에도 도입됐지만, 산업과 수출 환경 에너지원 등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는 원전의 운명을 시민들에게 쥐어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무당이 사람잡는 꼴이다. 

신고리 5,6호기는 현재 공사가 진행중이다. 공정률이 28.8%에 달한다. 전문적 식견이 없는 일개 시민들의 의해 공사가 중단된다면 2조4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공사를 발주한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도 직격탄을 맞지만, 시공업체들도 천문학적인 타격을 입는다. 협력업체들도 줄초상을 당한다.

원전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기할 경우 전기료가 급등하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전기료급등도 시민들의 동의를 받아 처리할 것인지 궁금하다. 원전의 값싼 산업용 전기료는 산업경쟁력의 원천이었다. 외국IT기업들과 4차산업혁명 선도기업들도 한국의 값싼 전기료를 감안해 몰려오고 있다. 

문재인정권은 여론정치의 함정에 빠지려 한다. 조만간 친정부 성향 여론조사기관들이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중단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 원전을 제대로 모르는 국민들은 정부와 반핵NGO들의 선전에 미혹될 것이다. 공사중단 여론이 60~70%로 많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문대통령은 여론이 원하고 시민배심원단도 그러하니 공사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서둘러 결론을 내릴 것이다.

문재인대통령은 원전을 포기한 독일메르켈정권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독일은 대신 부족한 전력을 이웃국가에서 도입한다. 전기료가 10년간 무려 80%가량 올랐다. 달러로 전기를 사서 자국민에게 공급하고 있다. 일본, 대만, 영국은 탈핵정책을 폈다가 전력수급난과 친환경에너지의 미흡, 전기료 급등을 이유로 원전확대정책으로 유턴했다.

   
▲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활발한 소통을 강조하는 문대통령이 정작 토론이 필요한 에너지백년대계에 대해선 외눈박이로 가고 있다. 지지세력들과만 소통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원전강국 위상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형 원자로는 세계최고 수준이다. 건설단가가 경쟁국에 비해 싸다. 공기도 원전대국인 프랑스에 절반가량 단축시켰다. 발전설계 등 소프트웨어와 핵심부품 국산화율도 95%가 넘는다. 원전기술자립국가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형 원자로 수출시 수십년간 400억달러를 달러를 벌어들인다. 턴키로 수출할 경우 계약금액만 200억달러에 달한다. 이명박대통령이 2009년 12월 아랍에미레이트(UAE)에 수출한 원전이 상징적이다. UAE는 프랑스에 우선권을 준 것을 백지화하고, 한국형 원전을 택했다. 한국은 60여년간 UAE원전 관리, 유지를 위해 막대한 달러를 벌이들이게 된다.

한전은 영국이 최근 발주한 무어사이드 원전 입찰에 참가하려다 포기했다.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자인 뉴젠 지분 인수를 통해 입찰에 도전하다가 중단한 것. 민주당의원과 NGO들이 원전수출을 강도높게 반대한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문재인정권의 탈핵정책은 이를 확인사살했다. 10조원규모의 원전수출이 물거품이 됐다.
 
원전은 반도체와 자동차를 이은 차세대 주력수출산업이다. 세계4대 원전강국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각국의 원전 입찰에 참여할 경우 수출효자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문재인정권의 탈핵 반핵정책은 원전의 차세대 수출산업의 길을 막아버렸다. 김정은 북한독재자의 무모한 핵 도발 등 유사시 핵기술 축적도 무위로 돌아간다.

문재인정권은 에너지백년대계만큼은 여론에 의지하지 말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단지 환경문제만 보지 말아야 한다. 국가경제와 산업경쟁력, 전기료 급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가계부담, 풍력 조력 등 친환경에너지의 저조한 전력생산 문제를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소수의 반핵NGO들이 박수치는 것에 현혹돼선 안된다.

   
▲ 고리 원전 1호기는 문재인정부에 의해 영구가동정지에 들어갔다. 문재인정부는 반핵 NGO단체의 편향된 입장만 중시한채 반핵 탈핵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연합뉴스

원전문제는 국민소통과 토론, 의견수렴을 거쳐 수립돼야 한다. 촛불시위와 탄핵처럼 여론과 선동으로 밀어부칠 사안은 결코 아니다.

안전성 문제는 여전히 이슈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를 계기로 전세계적으로 원전 가동문제가 이슈가 됐다. 그렇다고 해도 독일을 제외한 많은 나라들이 원전 재가동정책으로 회귀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원전만큼 값싸고 무공해이고, 무한정 전력공급이 가능한 에너지는 없다. 풍력 조력 등 친환경에너지는 우리나라 전체 전략소요량 100GW의  5%에 그치고 있다. 원전과 석탄 화력발전을 폐기, 감축하면 수십조원의 LNG를 더 들여와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력에 관한 한 고립된 섬나라다. 독일 등은 인근국가에서 에너지를 비싸게라도 수입할 수 있다. 한국은 수입할 곳이 없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수입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에너지 안보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원전전문가를 배제한 채 이뤄지는 원전정책은 재고해야 한다. 여론에 맡기는 것은 에너지안보와 미래 먹거리, 국민경제에 심대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원전의 첨단 기술력과 수출경쟁력을 보존하면서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확대해야 한다.

5년 임기에 불과한 정권이 단기간에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시민배심원단에 원전의 운명을 맡기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현 세대 뿐만 아니라 다음세대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치는 국가핵심정책을 여론으로 재단하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이의춘 미디어펜대표 


[미디어펜=이의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