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최근 격화되었던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5개 학교 재지정에 이어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선 의견수렴-후 추진' 발언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에 들어갈 전망이다.

김상곤 후보자는 2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폐지 논란에 대해 "특권 의식이 만연하지 않도록 불합리한 서열화 체제를 해소하겠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할 정책은 국가교육회의를 신설해 국민여론을 제대로 반영하면서 추진할 것"이라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할 뜻을 밝혔다.

앞서 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설립 취지와 달리 초중등 교육의 왜곡을 가져온 자사고와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 "내달 초 설치하려는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29일 청문회에서 "교육 혁신의 속도와 방법에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확인하면서 신중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일괄 폐지를 강행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외고와 자사고, 국제고가 여러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국가교육 차원에서 폐지 문제를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 국가교육회의에서 폭넓게 검토하고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방법을 결정하겠다"며 폐지를 최종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폐지 반대여론을 피해나가는 해법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관건은 전날 조 교육감의 지적대로 현 제도 하에서는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하기가 어렵고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에 의해서만 일괄 폐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 학교 및 학부모 등 외고 자사고 측은 정부의 폐지 여부에 따라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사진=연합뉴스

교육부장관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있는 외고·자사고 설립 근거 조항을 삭제하면 당장 폐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반발하는 학교 및 학부모 등 구성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 21일 자사고교장연합회는 폐지될 경우 그간 투자 노력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뜻을 밝혔고 학부모들은 집회를 통해 잇따라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학교 구성원 측은 정부의 폐지 여부에 따라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교육부는 폐지 논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오승현 교육부 학교정책관은 "아직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끝나지 않아 구체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면서 "(시행령 개정에 따른 단계적 폐지에 대해)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 절반 이상이 폐지에 찬성한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향후 교육부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을 단계적으로 무마하며 폐지 방향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초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외고·자사고 폐지 입장을 선명하게 드러낼 경우 파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였으나, 여론 수렴 및 단계적 추진의 뜻을 밝힘에 따라 사태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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