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장비 납품 업체로부터 계약 체결 등의 대가로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한국공항공사 전·현직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문홍성)는 전술항행표지시설 납품 업체로부터 납품 계약 체결 등의 대가로 수억원대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 받은 혐의(뇌물수수 및 배임수재)로 한국공항공사 R&D 사업센터 최모(42) 과장을 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은 또 최 과장과 함께 납품 업체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기프트 카드를 상납받은 혐의(뇌물수수)로 한국공항공사 R&D 사업센터 전 센터장 김모(57)씨 등 간부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국공항공사의 과장급 이상 직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금품수수 시 공무원으로 간주된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0년 2월부터 2011년 9월까지 명절 때마다 납품 업체로부터 사업 수주를 미끼로 2200만원 상당의 50만원권 기프트카드 수십장을 상납받아 나눠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최 과장은 2010년 2월 특정 업체로부터 납품 관련 청탁 명목으로 1억2000여만원을 받은 혐의와 함께 2009년 5월부터 1년 동안 같은 업체로부터 룸살롱 향응 등의 접대 명목으로 21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최 과장은 금품 및 향응 수수 이외에도 자신의 박사학위 담당 교수에게 4000만원 상당의 연구용역을 외뢰하도록 납품 업체에 압력을 행사하고 해외 출장 시 출장 경비를 지급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센터장을 비롯한 납품 사업 결재 라인에 있는 이들 간부 직원들은 납품 업체로부터 정기적으로 상납받은 기프트카드를 골프장, 마트, 학원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에게 정기적으로 금품 등을 제공했던 납품 업체 사장은 이와 같은 부당한 요구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납품 업체 관계자나 지인들에 의하면 공항공사 직원들의 부당한 요구에 2∼3년간 고민하다가 결국 자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의 범죄수익금 전액에 대해 부동산, 예금채권 등에 추징보전을 하는 등 범죄수익환수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 이외에 해당 납품업체에게 다른 업체 장비의 매뉴얼 제작비를 대신 납부토록 한 또 다른 간부 1명에 대해서는 한국공항공사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국공항공사는 2009년 6월 자체 징계 규정을 개정하는 등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에도 일부 직원들의 청렴 불감증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기업 직원이 특정 업체로부터 납품 발주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뒤 이를 다시 상급자에게 상납하는 관행적인 비리가 고착화 된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공항공사는 2009년 6월 직무와 관련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을 경우 해임이나 파면 조치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한 바 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월 한국공항공사 직원들이 협력 업체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의혹과 관련해 감사에 착수했으며, 한국공항공사는 '자체 감사 결과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편 전술항행표지시설은 항공기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도록 항공기에 방위정보와 거리정보 등을 제공하는 시설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