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과 채권단 간 막판 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채권단은 최근 정치권이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원칙을 고수하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씩 후퇴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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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타이어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최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측이 제시한 상표권 조건 수정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나섰다. 사진은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사진=금호타이어 제공 |
8일 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에서 금호타이어 매각 중단의 뜻을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금호타이어 매각의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6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제4정조위원장)은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불공정 매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 추진 기조에 발맞춰 일자리 지키기에 나서야 할 산업은행이 오히려 금호타이어 매각을 통해 구조조정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 위원장은 "금호타이어가 해외기업에 매각되면 광주·전남지역 경제 피해는 물론이고 대량실업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국내 업체는 불리하게, 해외업체에는 유리하게 하는, 돈에만 눈이 어두워 국책은행의 본분을 망각하는 (산업은행의) 행태가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1일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당 지도부도 광주 금호타이어 본사를 찾아 인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박 위원장은 “산업은행이 국내 업체는 컨소시엄 구성을 못하게 하면서 중국에만 허용하는 것의 저의가 무엇이냐”면서 “산업은행 관계자 얘기를 들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에 장병완 의원도 “(금호타이어 인수전과 관련)이 문제를 원점에서 생각해서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선에서 지역경제, 지역일자리 확보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되는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부 측에서 해결방안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호타이어는 광주, 곡성 등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근무자 수만 5000여명에 달한다.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도 방산기업인 금호타이어가 사업법상으로 인수·합병으로 경영권의 변화가 있을 때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이는 더블스타가 상표권 사용조건을 수용하더라도 정부의 승인 없이는 경영권 교체 또한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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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지도부가 지난달 21일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본사에서 노동조합 대표자들과 만나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한 건의사항을 수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선주자들이 이처럼 압박수위를 높이자 산업은행은 기존 방침을 깨고 박 회장이 제시한 상표권 가격 조건을 상당 부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지난 7일 주주협의회에서 채권단은 박 회장 측의 요구대로 상표권 사용료율 0.5%로 상향지급하는 대신 의무 사용 기간을 20년에서 12년 6개월로 줄여줄 것을 요청했다. 상표권 사용료율 지급 방식은 더블스타가 0.2%, 채권단이 0.3%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에 원칙만을 고수하던 산은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위해 박 회장 측에 한 걸음 양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산은이 박 회장 측에 제시한 상표권 의무사용 기간은 더블스타가 요구했던 대로 5년(기본사용)에 추가 사용기간 15년의 절반(7년 6개월)을 더해 산출된 점을 통해 결국 더블스타 측에 과도한 편의를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채권단) 관계자는 “더블스타와는 사전에 상표권 사용 조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얘기를 주고 받았고 더블스타가 요구한 조건을 넘는 사용료 지불액에 대해선 채권단이 이를 보전해 주는 식으로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박 회장에게 협상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박탈하고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모든 금융거래 유지 여부를 재검토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금호타이어 매각을 빠른 시일 내 성사시키기 위해 더블스타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박 회장 측과의 접점을 좁히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의 이번 제안은 박 회장 측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더블스타의 편의를 봐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최근 정치권에서 금호타이어 문제를 공론화한 만큼 이들 유력주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산업은행은 금호산업에 대해 오는 14일까지 상표권 사용 조건 수용 여부를 달라고 통보했다. 만약 박 회장이 수용안을 거절하게 된다면 금호타이어 매각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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