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백년대계를 달랑 공문하나로 중단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소통과 공론화, 협치를 강조하는 문재인정부가 원전 문제만은 독선과 독주로 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맡고 있는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등 17개사에 대해 공사를 일시 중단해달라고 통보했다. 주무부처인 산업자원통상부는 한수원에게 공사 중단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공사업체들은 황당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행법을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사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누가 보전할 것인가도 쟁점이다. 공사중단 강행시 지루한 법정 소송이 불가피해졌다.
현행법상 원전 건설허가와 중단조치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맡고 있다. 공사 중지 명령의 경우 공사 하자와 허가계획과 다른 공사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취해진다. 시공사가 책임지게 된다. 정부와 한수원이 공문으로 공사중단을 지시할 근거가 희박하다.
한수원노조와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심각한 변수다. 노조는 한수원이 이사회를 거쳐 공사 중단 안건을 의결할 경우 이관섭 사장과 임원들을 배임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원전 유치를 조건으로 조단위 지원을 받은 지역주민들도 농성과 소송불사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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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신고리 5,6호기 시공사들에게 공사 일시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갖고 있는 공사중단 권한을 행사한 것은 위법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대통령의 탈핵탈원전정책은 공감이 가지만, 에너지백년대계차원에서 정치권 전문가들과 충분한 토론을 거쳐야 한다. 고리1호기 영구퍠쇄식에 참석한 문대통령. /연합뉴스 |
산업부는 법적 논란에 대해 한수원은 국가에너지시책에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무회의에서 결정한 사안에 대해 한수원에 공사 중단을 요청한 것은 위법한 정책이 아니라고 했다.
공사업체들이야 집권초기 서슬퍼런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시공사들이 삼성 두산 등 재벌계열사들인 것도 정권에 대놓고 반박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적폐세력으로 낙인찍힌 상황에서 날선 목소리를 내는 것은 더욱 힘들 것이다.
원전관련 전문가 400여명은 에너지백년대계를 대통령의 명령 한마디로 뒤집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성명서를 냈다. 탈핵 탈원전 문제는 청와대의 명령이나 지시로 서둘러 처리될 일이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해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정부가 공사중단을 강행할 경우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고의 전문성이 필요한 원전 공사중단 문제를 시민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여론정치로 국가에너지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부는 원전중단시 손실과 피해보전문제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공사가 중단될 경우 보상비 등 매몰비용(sunk cost)이 1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야당측 추산도 있다. 집행된 공사비 1조6000억원과 보상비 1조원을 포함하면 2조6000억원이 곧바로 사라진다. 국민혈세가 허공으로 사라진다. 공정률이 벌써 28%나 되는 상황에서 공사를 장기간 중단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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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운의 신고리 5,6호기 조감도. 공정률 28%의 신고리 5,6호기의 공사중단으로 2조6000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국민혈세로 쏟아부어야 한다. |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이 제왕적 조치, 무리한 관치로 쟁점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탈핵 탈원전정책을 수립한 참모들이 원전에 문외한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반핵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정책으로 집행하려 한다는 우려도 크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형 원자로기술을 사장시키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형원자로는 이명박정부시절 아랍에미레이트에 수출됐다. 수출계약금액만 200억달러가 넘으며, 수십년간의 관리유지비용을 포함하면 총 400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게 된다. 한국의 주력수출품이 되고 있다. 원전폐쇄시 전기료 급등과 LNG수입 급증 문제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국민과 기업들에게 급격한 부담을 주는 에너지사안은 공로화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문재인대통령의 친환경에너지 열정과 의지는 충분히 평가받아야 한다. 후쿠시마원전사고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것도 공감이 간다. 사안이 그렇다고 해도 정부가 명령과 강압으로 원전 공사 중단을 밀어붙이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원전문제는 국회와 전문가들이 만나 합리적 의사결정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지 않는 에너지 백년대계를 수립해야 한다.
특정 시민및 환경단체만의 의견을 수렴해서 원전정책을 강행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과 타당성이 의문시되는 원전공사 중단과 탈핵정책은 재고돼야 한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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