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NLL대화록에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보도 등 국가정보원이 과거 정치개입 사건으로 지목한 13건에 대해 진상을 전면 재조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부 사건은 검찰로 이첩되어 수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정원은 지난달 현직 검사인 국정원 감찰실장을 팀장으로 삼아 개혁발전위원회 내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내사 진행을 위해 지난주 법무부에 13건을 포함한 관련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공식요청했다.
검찰은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수사기록 열람을 허용하되 복사는 각 사안마다 판단하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고, 적폐청산TF는 검찰로부터 당시 국정원 직원의 진술조서 등 자료협조를 받으면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조사 방향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는 적폐청산TF가 진상을 새로이 규명할 경우 검찰 재수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정원이 내사결과를 토대로 검찰에 관련자를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하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수순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일부 사건의 경우 당시 국정원 실무자가 아직 현직에 있을 것이고 거기서부터 내사가 시작될 것"이라며 "정치개입 등 외부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하거나 이첩해서 기소 여부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재개 가능성에 대해 "적폐청산TF가 얼마나 조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결과에 따라 (검찰 수사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안에 따라 일부는 의혹에 그치겠지만 몇몇 사건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와 국정원, 사정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권력형 국기문란 수사로 커질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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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훈 국정원장은 11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적폐청산TF의 13개 조사항목을 보고했다./사진=연합뉴스 |
검찰이 수사 중이거나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등 진상이 밝혀지지 않아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권력형 국기문란 사건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논두렁 시계' 언론보도, 국정원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개입과 우파 지원·세월호 여론조작 의혹, 박원순 시장 제압문건 및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구입 등이 꼽힌다.
특히 '논두렁 시계' 사건의 경우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2년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회장에게 받은 명품시계 피아제를 사저 인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는 국정원 주도였다"고 주장해 관심을 받아왔다.
다만 법조계는 이미 재판 중인 사건의 경우 1·2심을 거치며 증거가 충분히 제출되었다는 점에서 스모킹건으로 삼을만한 국정원 내부 진술이 나오지 않는 한 판결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에서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는 최근 밝혀진 'SNS장악' 문건을 추가증거로 채택해달라는 검찰 요청에 "그동안 방대한 양의 증거조사가 진행된 만큼 제출된 증거로도 판단이 가능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향후 조직적 개입에 대한 명확한 추가물증이 나오지 않는 한, 처벌 여부를 가르지 않고 남북정상회담 NLL대화록 고의 폐기 사건과 좌익효수 직원 댓글, 국정원의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 등 재판부가 심리해온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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